‘눈 위에서 신는 신발’을 뜻하는 스키는 노르웨이가 종주국으로 알려져 있다. 노르웨이어와 영어의 skid, skip, skiff, slide 및 skate 등이 어원으로 수 천년 전부터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은 산악 지대에서 보행, 사냥, 운반의 목적으로 쓰였고 북유럽에서는 전쟁 당시 요긴한 이동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른바 ‘노르웨이 스키’는 농민과 사냥꾼에 의해 전파됐다. 1740년경 노르웨이 군대가 스키부대를 편성한 뒤 활성화돼 스키 경기로 발전했다. 1877년 노르웨이 크리스티아니아(현재 오슬로)에 스키클럽이 생겼고, 2년 뒤 하스비힐에서 제1회 점프대회가 열렸다. 19세기 후반엔 유럽 각국에 보급됐고, 특히 오스트리아에서 마시알 즈달스키가 알프스 산악 지대에 맞는 스키 기술을 연구하는 동시에 적합한 용구를 개발함으로써 급격한 발달을 가져왔다.
이처럼 유럽에서 스키가 시작된 것으로 흔히 알고 있지만 1955년 출판된 C.J. 루터의 ‘고대 스키역사 50년’에 담긴 그림을 보면 스키(썰매)는 오히려 한국의 북동쪽 지방과 중앙 시베리아에서 전세계로 전파된 경로가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지도 맨 위 왼쪽에 묘사된 그림은 아이슬란드의 신화에 나오는 스키의 신(神)인 우루의 모습으로, 17세기에 랍랜드인이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스키를 신고 활을 쏘는 장면으로 스키의 좌우 모양과 길이가 다르게 그려져 있는데, 이는 한국의 썰매의 모양과 동일하다.
한국 북동쪽 산간지방에 예부터 고유의 썰매(스키)가 있다는 설은 여러 나라에서 알고 있었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1911년 1월 12일, 오스트리아 육군 소령 폰 레르히로부터 스키를 전수받았다고 기록돼 있다. 일본은 그러나 한국에도 고유의 썰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 나섰다.
실제 이듬해 당시 식민지 한국에 주둔한 일본군의 유가와 중위가 함경남도 명천소재 산간 농가의 창고에서 스키를 발견하고 탄소연대를 측정해보니 4세기 때 나무로 제작된 스키로 밝혀졌다. 특히 스키 몸통에 4개의 구멍을 뚫었고, 양쪽 스키의 길이가 약간 다르게 제작된 점이 현대 유럽에서 개발된 스키와 판박이로 닮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일홍 강원도개발공사 알펜시아 사업단 과장은 “현존 최고의 북유럽스키보다 우리나라 스키가 무려 1300년 가량 앞섰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말했다. 현재 이 스키는 일본 니가타 현의 다카다(현 조에쓰시)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최 과장은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관계자들도 이 같은 설명을 들으면 사뭇 분위기가 숙연해진다고 귀띔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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