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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내리면… 보행로 점령하는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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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내리면… 보행로 점령하는 버스

입력
2017.07.1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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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탄천 인근 대피장소 태부족

곳곳 불법 주차로 주민안전 위협

12일 한 대형버스가 서울 송파구의 한 도로에 신호등을 가린 채 주차돼 있다.
12일 한 대형버스가 서울 송파구의 한 도로에 신호등을 가린 채 주차돼 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한강 지류인 탄천 인근을 산책하려던 직장인 이모(54)씨는 보행로를 점령한 대형버스에 화가 치밀었다. 매년 장마철만 되면 물이 불어나 침수되는 탄천 공영주차장을 피해 버스들이 임시주차구역이 아닌 보행로 위에 버젓이 주차해 보행자 통행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근처 아파트단지 주민들도 불편을 호소한다. 큰 비가 내릴 때마다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변 아파트단지 내 도로 일부가 ‘차량 대피장소’로 활용되는데 “일부 차량이 횡단보도를 침범하거나 보행신호등을 가려 사고 위험을 유발하고 보행안전을 위협한다”고 했다.

대형버스들의 장마철 불법 주차로 강남 탄천 일대 도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차주들이 값비싼 버스가 물에 잠기는 걸 피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지정 대피장소가 아닌 곳에 주차하는 탓이다. 심지어 올림픽대로변에 주차하는 경우도 있다. 버스가 차지한 보행로를 피해 차도로 다니는 시민, 버스 차체에 시야가 가려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이 자주 목격된다는 게 주민들 얘기다.

버스 주인들도 할 말은 있다. 큰 비 예보가 있을 때마다 주차장 관리사무소에서 등록차량 차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차량 대피를 공지하지만 정작 탄천 주변엔 수백 대의 대피 버스를 수용할 공간이 없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란다. 최근 보행로에 버스를 올려 주차한 경험이 있다는 20년 차 버스기사 김모(63)씨는 “대당 2억원 안팎인 버스가 침수되면 생계가 막막해지니 이렇게라도 주차를 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 호소와 버스 차주들 하소연 사이에 낀 관계기관 고민도 깊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근본 해결책을 꾸준히 고민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구청 측은 급한 대로 대피 문자 발송 시 ‘보행자에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주차해달라’는 당부도 함께 전할 방침이다.

추상호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이나 관공서 내 주차공간 공유 협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2023년 완공 예정인 영동대로 지하도시 개발 시 대형차량 주차공간을 충분히 늘리는 것도 주차난 해소를 위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글·사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12일 한 시민이 버스에 점령당한 서울 강남구의 한 보행로를 피해 차도로 이동하고 있다.
12일 한 시민이 버스에 점령당한 서울 강남구의 한 보행로를 피해 차도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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