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지출 중 해외원조 비중을 묻는 질문에 미국인 응답자들의 평균은 25%였다. 그러나 실제는 그에 훨씬 못 미치는 1%에 불과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가 공정한 몫을 내지 않는다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성을 이유로 해외원조 삭감을 정당화할 때 많은 미국인들이 그를 믿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진실을 말하자면, 공정한 몫을 부담하지 않는 나라는 바로 미국이다. 유엔은 이미 오래 전 부자 나라들에 해외원조 액수를 국민총소득(GNI)의 0.7%(정부 지출과는 다르다)로 인상할 것을 촉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아랍에미리트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스웨덴 덴마크 터키 영국 독일 등이 그 수준에 도달했다. 그에 비해 미국의 공식 해외원조는 GNI의 0.18%에 불과하다. 미국인이 벌어 들인 소득 100달러당 18센트다.물론 절대 액수만 보면 미국은 0.7% 목표를 달성한 어느 국가보다도 많은 돈을 해외원조에 지출한다. 그러나 독일은 경제 규모가 미국의 4분의 1 미만인데도 절대 액수에서 미국에 비해 겨우 90억 달러 못 미치는 수준의 해외원조를 하고 있다. 만일 트럼프가 제안한 해외원조 삭감 조치가 그대로 시행되고 독일이 현재 수준의 원조를 유지한다면, 미국은 절대 액수에서도 더 이상 세계 최대 원조국이 되지 못할 것이다.또 다른 중요한 비교는 미국만큼 부유하지 않은 영국이다. 영국의 1인당 GDP는 미국보다 31%나 낮다. 그러나 영국의 해외원조 규모는 이미 몇 년 전 초당적인 지원을 토대로 미국(GNI의 0.18%)의 세 배 이상인 0.7% 수준에 도달했다. 이후로도 줄곧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미국의 모든 원조가 가장 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도 아니다. 미국의 개발원조를 가장 많이 받는 3개국은 아프가니스탄 요르단 파키스탄이다. 해당 국가의 필요성보다는 미국의 지정학적 이익에 도움이 되는 나라 위주로 지원했다는 뜻이다.알렉스 티어는 런던에 있는 대외원조 국제기구인 해외개발연구소(ODI) 사무총장이 되기 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정부 원조 프로그램을 관리했다. 그가 트럼프의 원조 예산 삭감 뉴스를 접한 것은 우간다 뷰익에 있는 건강클리닉을 방문했을 때였다. 미국의 원조 삭감은 바로 그가 방문한 시설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뷰익 클리닉은 월 150달러의 예산으로 근근이 운영되면서도 3만3,000명이나 되는 많은 환자를 치료한다. 티어가 뷰익 클리닉을 방문한 날에도 40명의 말라리아 감염자가 치료를 받고 있었다. 말라리아는 약 3달러로 치료 가능한 질병임에도 그 지역에서는 으뜸 가는 살인자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글로벌 보건 프로그램에 대한 트럼프의 지원 축소는 미국 국경 너머 사람들의 삶과 복지에 대한 깊은 무시를 나타낸다. 미국 GNI 중 해외원조 비중이 턱없이 낮은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결정은 더욱 부끄러운 일이다.우리는 때로 남을 도와주는 게 의존성을 심어주기 때문에 함부로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트럼프의 해외원조 삭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게 될 것이며, 건강 관리로 충분히 예방 될 수 있었던 질병과 장애 탓에 많은 사람들이 추가적인 고통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이다.우간다는 해외에서 많은 원조를 받는 대표적인 국가다. 또한 원조가 의존성을 키운다는 가설과는 반대로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는 나라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극심한 가난에 처한 우간다인 수는 2006년 전체 국민의 53%에서 2013년 34%로 급감했다. 실제로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건강 및 교육과 같은 항목에 더 많은 예산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이런 노력은 미국을 포함한 기부자들에 의해서도 지원된다. 그러나 트럼프의 해외원조 축소 방침에 따라 미국 지원액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글로벌 보건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축소로 미국 정부는 약 23억 달러를 절약할 것이다. 총 4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연방정부 지출액에 견줘보면 글로벌 보건 프로그램에 미국 정부가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은 2,000달러 당 약 1달러에 불과하다. 좋은 일을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이 글로벌 보건 프로그램은 어떤 연방정부 프로그램보다 훌륭한 최상의 가치를 제공할 것이다. 글로벌 보건 및 기타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외교 및 평화 노력에 대한 모든 원조 삭감액을 합쳐도 미국 연방정부 지출액의 0.5%에도 못 미치는 190억 달러에 불과하다.
미 의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해외원조 대폭 삭감에 저항할 것이라는 환영할 만한 신호가 있다. 그들이 실제 행동에 나서기를 바란다. 해외원조, 특히 생명을 구하고 인간의 고통을 줄이는 원조가 정파적 이슈가 돼서는 안 된다. ©project syndicate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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