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회 퀴어문화축제… 8만명 이상 참가
이정미 정의당 대표 “군형법 개정을”
국내 최대 성소수자 문화행사인 ‘퀴어문화축제’가 15일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장맛비 속에서도 수만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이 운집,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들고 도심을 누볐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광장에서 ‘나중은 없다, 지금 우리가 바꾼다’는 주제로 축제를 이어갔다. 조직위는 8만명 이상이 이날 축제에 참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로 18회째를 맞이하는 퀴어축제 사상 최다 인원이다. 무대를 중심으로 광장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저마다 무지개가 그려진 깃발과 스티커, 피켓 등을 들고 공연을 마음껏 즐겼다.
광장에는 영국ㆍ프랑스 등 13개국 대사관, 구글코리아 등 기업, 동성애자부모모임 등 각종 단체들이 모여 100개에 달하는 부스를 차렸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연대 등 일부 종교단체도 눈에 띄었으며 국기기관으로 처음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참가를 했다. 인권위는 인권 정보를 담은 홍보물을 배포하고 참가자들이 인권위에게 바라는 점을 써 붙이도록 게시판을 설치했다. 불교계 성소수자 모임인 ‘불반(불교이반모임)’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설치한 부스도 눈에 띄었다. 불교계가 참여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 동성애자부모모임에 가입했다”는 문모(53ㆍ교사)씨는 “처음 딸이 레즈비언이라고 밝혔을 때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동성애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확률의 문제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퀴어축제 무대에 올랐다. 이 대표는 지난해에도 국회의원 중 유일한 퀴어축제 참가자였다. 이 대표는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성정체성 때문에 온갖 혐오와 차별에 시달리는 사회를 극복하자”며 “군형법 개정과 동성혼 합법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오후 4시쯤 거센 빗줄기가 잦아들자 예정대로 서울 도심을 행진하는 ‘퀴어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퍼레이드는 광장을 출발해 을지로와 종로, 한국은행 앞을 거쳐 다시 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움직인 방송트럭 9대를 따라 행진하면서 ‘연대는 우리의 무기’ ‘Love always win’ 등이 적힌 피켓과 무지개 깃발을 흔들었다. ‘다시 만난 세계’ 등 대중가요가 흘러나오면 다같이 따라 부르거나 춤을 추기도 했다. 행진에 참여한 여대생 정모(20)씨는 “어릴 때부터 성적 지향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며 “행진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트럭이 출발할 때 축제 반대자로 보이는 시민이 트럭 앞을 막아서면서 경찰이 이를 저지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으며 보수 기독교단체로 보이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행렬을 향해 반대 구호를 외치기도 했지만 경찰에 의해 제지, 별다른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동성애 반대 집회도 도심 곳곳에서 열렸다. 동성애반대국민대회준비위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광장 건너편 대한문 앞에서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77개 중대 6100여명의 인원을 배치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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