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일 땐 느슨, 야당 되면 엄격
“전형적인 내로남불식 잣대” 지적
야3당의 의사 일정 복귀로 14일 재개된 국회 예결위 회의에선 문재인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요건 타당성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현행 국가재정법 89조는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등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고 적시해놨다.
이번 추경 편성 주요 사유는 ‘대량실업이 발생할 우려’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예결위에 출석해 “전례 없는 청년 실업 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며 “정부는 대량실업의 우려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 내 대표적 경제통인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역대 정부 중에서 이렇게 경제 지표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며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취업자 증가 수치도 역대 최고”라고 맞받았다. 김 의원은 상반기에 높고 하반기에 떨어지는 청년실업률 ‘상고하저’ 현상을 들어 정부가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발간한 2017년 추경안 분석 자료에서 “전체 실업률이 4.3%로 전년 동기 대비 변동이 없고, 고용시장 전체 차원에서 실업이 크게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년실업에 대한 상황 인식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량실업 우려’라는 정부 판단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량실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여서 소모적 공방이란 지적도 나온다. 장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과 함께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고려에 따라 역대 정부의 추경은 결정돼 왔다”고 설명했다. 정부 재정 운용의 수단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보수정부 시절 국가재정법이 대폭 완화돼 왔다는 점에서 추경 요건을 엄격하게 따지고 있는 야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2006년 국가재정법이 제정됐을 당시엔 추경 편성 요건이 엄격히 제한됐는데, 한나라당 주도로 2009년 법 개정을 거치면서 대폭 완화됐다”며 “집권세력일 때는 추경 요건을 완화하다 야당이 되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내로남불’의 전형이다”고 꼬집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도 국가재정법이 위헌이란 얘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이 공무원 일자리 증원 자체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야당은 지난해 본예산 심의과정에서 경찰 및 소방관 등 공무원 일자리 1만개를 늘리는 용도로 목적예비비 500억원을 편성하는 데 동의했고, 야당 내부에선 추경안 대신 이 돈을 집행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소속 의원은 “사실상 야당도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에는 동의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이미 편성해 놓은 예비비로는 집행해도 되지만, 추경은 안 된다는 것 역시 모순이다”고 꼬집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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