禹, 청와대ㆍ야당 사이 협상력
정국 정상화 물꼬로 입지 다져
“추미애 패싱” 野의 비난 자초
靑 대리사과에 정치적 내상
14일 청와대의 대리 사과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국회가 정상화됐지만 집권여당 투 톱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갈등을 봉합한 협상력으로 당내 입지를 다진 반면,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국회 파행의 빌미를 제공한 추미애 대표는 침묵 모드를 이어갔다.
일단 우 원내대표는 자신의 구상대로 보수 야당들이 이날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장으로 돌아오자 표정이 밝았다. 전날 여야 협상 결과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께서 야당을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며 “이런 진심이 야당에 전달되고 야당이 받아줬다”고 자평했다. 당내 평가도 비슷하다. 우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청와대에 2~3일의 협상 시한을 요구, 실질적인 협상권한을 얻어낸 이후 추 대표를 대신해 임종석 비서실장이 사과하는 절충안이 마련됐고, 국민의당과의 관계가 풀리면서 결국 협상의 물꼬가 트였다. 그의 뚝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미 추경 심사가 가능한 상황이 됐는데도 청와대를 찾아가 문 대통령을 설득해 두 보수야당의 요구사항인 ‘조대엽 후보자 낙마’를 관철시켰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여당 원내대표로서 강대강 대결로 풀어가지 않고 야당에게 공간을 열어 주면서 청와대가 야당 의견을 받아들이도록 정무적 판단을 이끌어낸 것은 다당제 체제에서 모범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추 대표는 국민의당이 이날도 “추 대표의 말은 무시하겠다”면서 공세를 펴면서 고전하는 모습이다. 추 대표 측은 그간의 강성 발언에 대해 대표와 원내대표의 역할 분담이라고 일축하고, 청와대의 대리 사과에 대해서도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전날 청와대의 대리 사과를 ‘추미애 패싱’이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하면서 이미 상당한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수차례 불화설이 돌았던 임 실장과의 불협화음이 부각되며 향후 당청 갈등이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을 의식했는지 추 대표는 이날 제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추경안 통과는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고, 회의 후 기자들의 질문에도 입을 열지 않았다. 추 대표는 최고위 뒤 열린 공로당원 표창 수여식에선 “제가 무슨 계산을 하고 자기정치를 하고 그렇겠나”라며 일부 심경을 토로했다. 또 오후 제주지역 영농법인 방문 일정은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취소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l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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