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82) 전 효성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효성그룹의 경영은 창업 2세에서 3세로 완전히 넘어가게 됐다.
효성그룹은 14일 조 전 회장이 고령과 건강 문제 등으로 ㈜효성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아들 조현준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물려준 조 회장은 그룹 계열사 중 ㈜효성의 대표이사 직함만 유지하고 있었다. 효성 관계자는 “경영 일선에선 물러나지만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봉사와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후진양성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는 게 조 전 회장의 뜻”이라고 전했다.
조 전 회장의 퇴진에 따라 효성은 창업주인 조홍제 회장과 2세 조석래 회장을 거쳐 3세인 조현준 회장, 조현상 사장 등 ‘3세 경영’ 시대에 본격 돌입하게 됐다.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해온 ㈜효성은 이날부터 남은 김규영 사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었다.
1966년 효성의 전신인 동양나이론 입사로 시작한 조 전 회장의 기업인 인생은 이로써 51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효성중공업 회장에 취임한 1981년부터 따지면 36년 만에 그룹 총수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조 전 회장은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응용화학 학사,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화학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사과정을 준비 중이던 1966년 아버지 조홍제 회장의 부름을 받고 귀국해 동양나이론 울산공장 건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공학도다운 ‘기술 중심주의’로 조 전 회장은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신소재와 석유화학 분야의 신기술 개발을 선도했다. 고부가가치 섬유인 스판덱스 시장에서 효성을 점유율 세계 1위로 올려놓은 상품 ‘크레오라’의 연구개발 토대를 조 전 회장이 닦았고, 또 다른 효성의 대표 상품인 타이어코드(타이어 내부 보강재)가 세계 1위에 오른 것도 조 전 회장 재임 때인 2000년대 초반이었다.
조 전 회장은 재계의 리더 자리도 여러 번 맡았다. 2007~10년 전국경제인연합회장, 2000~09년 한미재계회의 한국측 위원장, 2005~14년 한일경제협회장 등을 지냈다. 2006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는 FTA 체결을 반대하는 양국의 정ㆍ재계 유력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며 적극적으로 설득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조 전 회장이 생전에 경영권을 승계해 사후 승계가 관례였던 국내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 문화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 전 회장이 담낭암과 전립선암, 심방세동 등으로 7년째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사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효성 관계자는 “조현준 회장 중심의 경영 체제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판단에 따라 조 전 회장이 사임했다”며 “앞으로 조 전 회장은 회사에 자문 역할 정도만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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