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9명의 선수가 길다란 막대와 글러브 그리고 동그랗고 딱딱한 공을 가지고 그라운드에서 기량을 펼치는 운동이다. 공수 교대, 선수 교체 등 쉬는 시간(intermission)이 많다보니, 그 정적인 측면 때문에, 축구팬들로부터 “그게 무슨 운동이냐”고 비아냥거림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야구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고, 거의 매일 펼쳐지는 경기는 팬들에게는 삶의 일부이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낙이고 에너지원이다. 최근 중부지역 연고팀의 감독이 중도 사퇴하는 일이 있었다. 야구로 평생을 밥 먹고 살아오신 분이지만, 비시즌에는 종종 ‘리더십’에 대한 강의로도 유명세를 떨친 분이다. 수 년전에는 청와대에서 지도자의 역할에 대한 강의까지 했다고 하니 그 명성이 대단하기는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분은 야구는 감독이 하는 운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야구 경기는 감독의 전략적 판단 하에, 라인업의 편성, 수비위치의 구성, 투수의 교체, 대타, 대주자의 투입, 히트앤런, 런앤히트, 번트, 수비포메이션의 변화(시프트), 비디오판독여부 등등 수많은 작전들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선수들이야 그저 장기판의 말이요 그 말을 움직이는 것은 감독이니 야구야말로 감독이 하는 것이다’라는 의미 일 것이다.
그는 유독 ‘리더십’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언론매체에서는 그를 ‘리더십의 전도사’처럼 포장했고, 그 역시 이런 얘기를 크게 부인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긴긴 세월 한국과 일본에서 야구선수와 지도자로 일가를 이루었던 그의 명성은 서서히 스러지고 독선과 불통의 아이콘으로 실패의 이미지로 비춰지며 결국 감독직을 내려놓고 말았다. 반면, 과거 그의 밑에서 선수생활을 경험했던 몇몇 젊은 감독들의 성과는 괄목할만하다. 무엇이 그런 차이를 가져온 것일까?
시대가 바뀌면서 감독의 야구가 선수의 야구로 바뀐 것일까?
지금의 야구시장 규모와 팬덤에 비하면 소꿉놀이에 불과하던, 선수층도 얇고 대중과의 교감도 제한되었던 초창기 프로야구의 경험만으로 야구의 모든 것을 확정해버린 오류가 노년의 그를 ‘실패한’ 지도자로 몰고 간 것은 아닐까?
선수 개인의 능력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평가에 앞서 한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 속에서 봉인되어있던 능력치의 폭발이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단순한 운동노동자가 아닌 한 인간으로의 존경과 대접을 해준 젊은 감독들의 노력이 선수들의 피를 끓어오르게 하고, 결과적으로 뛰어난 성적을 만들어내고 있지 않을 까.
역설적으로 젊은 감독들의 새로운 리더십이 새로운 선수 층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안타를 치고 홈런을 치는 것은 선수들이다. 그래서 나는 감히 주장한다.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라고.
2017년 새로운 대한민국을 지켜보면서 나라걱정과 야구 리더십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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