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이어 미국도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된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ㆍ61)의 해외치료 허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가족과 국제사회의 요구를 묵살해온 중국 당국이 미국과의 갈등 관리를 위해 전격적으로 이를 수용할지 주목된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류샤오보와 가족이 외부 세계와 소통할 수 없고 그 자신이 선택한 치료를 받을 자유가 없는 점을 여전히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당국에 류샤오보의 완전한 가석방과 류샤오보 부인의 가택연금 해제를 촉구한 뒤 “류샤오보 가족에게 이동의 자유와 적절한 치료 제공 등 중국의 법률과 국제적 책임에 부합하는 보호와 자유를 제공할 것을 지속해서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류샤오보의 외국 이송 치료를 강력하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메르켈 총리가 류샤오보의 비극적 경우를 매우 우려하고 있음을 확언할 수 있다”면서 “총리는 류샤오보와 가족에게 인도주의의 신호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류샤오보는 최근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샤오보를 치료중인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의 중국의대 부속 제1병원은 전날 인터넷 홈페이지 공지에서 “류샤오보가 호흡 곤란을 겪고 있으며 간 기능이 악화됐다”고 공개했다. 류샤오보의 가족은 그의 현재 상태를 이해하고 확인하는 문서에 서명했지만, 류샤오보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인공튜브 삽입 제안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그간 류샤오보의 해외치료 허용 요구를 내정간섭으로 규정하며 거부해왔다. 하지만 류샤오보의 병세가 위중해진 상황에서 백악관이 그의 출국을 요구함에 따라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거론된다. 과거 중국은 미국의 요청에 응하는 형식으로 반체제 인사 팡리즈(方勵之ㆍ1936~2012)와 웨이징성(魏京生ㆍ67)의 해외치료를 허용한 바 있다.
물론 중국 당국이 그간 보여온 강경한 태도를 감안할 때 해외치료 허용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근래 들어 미국과 외교ㆍ안보분야 입장 충돌은 물론 통상ㆍ무역마찰 우려까지 커지는 상황이라 중국이 류샤오보의 신병을 갈등 관리의 한 방편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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