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르센 C 빙붕에서 떨어져 나와
“온난화 영향” “자연 현상” 분분
서울 면적의 약 10배 정도 크기인 거대 빙산이 남극 빙붕(氷棚ㆍice shelf)에서 떨어져 나왔다. 빙붕이란 남극 대륙에 붙어 바다에 떠 있는 100~900m 두께의 얼음 덩어리를 일컫는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빙붕 분리 현상의 주된 원인인지 과학계의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일각에선 남극대륙 지형 대변화의 전조가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서남극 끝자락에 있는 ‘라르센 C 빙붕’에서 최근 약 5,800㎢ 면적인 초대형 빙산이 완전히 분리됐다. 서울 면적(605.21㎢)의 10배, 경기도(1만 172.4㎢)의 절반가량인 이 빙산의 무게는 1조톤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뉴욕시보다도 7배, 룩셈부르크와 비교하면 2배나 큰 규모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BBC는 해당 빙산에 대해 “크기로 따지면 역대 10위 내에 드는 규모”라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최대 규모의 빙산은 2000년 ‘로스(Ross) 빙붕’에서 떨어져 나온 B-15(1만1,000㎢)다.
이 같은 사실은 라르센 C 빙붕의 분리를 관찰해 온 영국 스완지대와 애버리스트위트대의 ‘마이더스 프로젝트’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수십년 전 시작된 라르센 C 빙붕의 균열은 2014년부터 그 속도가 빨라졌고, 최근 들어선 더욱 가속화했다. 특히 지난달 초 남아 있던 마지막 13㎞까지 틈이 크게 벌어지면서 초대형 ‘얼음 섬’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연구팀을 이끄는 애드리언 루크먼 교수는 “6월 하순부터는 매일 10m씩 균열이 생겼다”면서 “라르센 C 빙붕 분리는 지도를 새로 써야 할 만큼 매우 커다란 변화”라고 설명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도 위성 사진으로 라르센 C 빙붕의 완전 분리를 확인했다.
과학계에서는 빙붕 분열의 원인에 대해 ‘지구 온난화의 영향’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에릭 리그놋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기후 온난화가 남쪽으로 확산되면서 빙하를 덮고 있는 보다 커다란 빙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 결과 빙붕이 붕괴돼 해수면도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애너 호그 영국 리즈대 교수는 “현시점에서 지구온난화 때문에 빙붕 분리가 발생했다고 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했다. 다만, 1995년 라르센 A, 2002년 라르센 B에 이어 이번 라르센 C까지, 모두 최근 수십 년간 기온이 높아진 남극 북부에서 빙붕 분리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지구 온난화가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이 점점 힘을 얻는 중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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