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서 열린 국제심포지엄 깜짝 등장
“오토 웜비어 사건, 관광객 통제 목적
3시간짜리 원고 준비했는데 20분 배정”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13일 경북 포항시청에서 열린 환동해 국제심포지엄에 특별 강연자로 깜짝 등장했다. 그는 이날 예정된 시각을 훌쩍 넘기며 핵ㆍ미사일과 북한의 관광산업, 북한의 환동해 지역과의 협력 방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경제적 여유가 있어 (핵과 미사일을) 하는 게 아니라 가난한 자의 마지막 ‘기대천국’이기 때문에 집착하는 것이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포기시킬 수 있다는 것은 비상식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이 올 신년사에서 북한 노래 ‘세상에 부럼 없어라’를 부르던 과거를 다시 현실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며 “(김정은은) 북한이 한국보다 잘살았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핵과 미사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모든 자금을 핵과 미사일에 쏟아 부어 일단 완성되면 그 동안 방대했던 군비를 줄여 평화적 건설에 쓸 계획이다. 평양에 정전이 잦았는데 핵과 미사일에 집중하며 과거 전력 사용이 많은 군수사업을 중단, 평양 시내 전기 공급이 잘돼 시민들이 좋아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체제 이후 달라진 관광산업 활성화 대책을 설명하면서 미국의 오토 웜비어 사망사건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과 달리 관광산업을 확대, 서방 관광객이 10배로 급증하면서 (관광객을) 통제하는 문제가 골칫거리였다”며 “‘한 명을 쳐서 4명을 교화시킨다’는 계획을 세웠고 특히 ‘미국인만 대상으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은 세계 어디서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대국 심리가 있고 ‘미국만 잘 다루면 영국과 프랑스 등은 장난 못 친다’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서방국가에서 관광 홍보를 할 때 북한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알면서도 젊은이들이 몰려 깜짝 놀랐다”며 “김정은이 관광산업에 주력하고 있지만 과거 인천상륙작전과 같은 미국의 공격을 두려워하는 군부의 반대로 잘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강연 마지막에 “오늘과 같은 행사에 북한 측이 참석하지 않아 아쉬움이 든다”며 “북한과의 경제 협력은 일대일로 하면 개성공단처럼 중단될 수 있으니 러시아나 중국을 끼고 하는 게 나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태 전 공사는 당초 예정된 20분을 훌쩍 넘겨 30분 이상 강연했다. 그는 시작부터 “3시간짜리 원고를 준비했는데 20분만 배정됐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강의 중간에 “5분 만 더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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