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 새우를 먹는 것은 곧 멸종 위기 바다거북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 새우를 포획하려 놓은 촘촘한 그물에 전세계의 멸종위기 바다거북이 포획돼 죽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은 최근 "새우 요리의 가장 큰 시장인 영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의 새우 수요로 인해 바다거북이 죽어간다"며 "자연산 새우를 포획하는 그물에 바다거북이 잡히는 것을 방지하라"고 성명을 냈습니다.
영국에서 수입하는 새우의 약 46%가 바다에서 포획되며 그 중 86%가 방글라데시, 인도, 베트남 연안에서 잡은 것입니다.
WWF에 따르면 푸른바다거북 종과 붉은바다거북 종,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대모거북 종 등 약 3만 마리의 바다거북이 EU 각 국가의 시장에 공급되는 새우를 잡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바다거북은 폐호흡을 하는 생물이기 때문에 새우잡이 그물에 갇히면 호흡을 할 수 없어 익사하고 맙니다.
하지만 새우잡이 그물에 걸린 바다거북이 탈출할 수 있도록 고안한 ‘거북 탈출 장치’(TED·Turtle Excluder Devices)가 장착돼 있으면 바다거북은 안전하게 헤엄칠 수 있습니다. TED는 새우그물에 포획된 거북에 탈출경로를 제공하기 위해 부착된 판자인데요. 새우 등 작은 생물은 TED의 빗장을 거쳐 어망 안으로 이동하지만, 바다거북처럼 큰 생물은 빗장에 부딪쳐 바깥으로 유도됩니다. 바다거북 포획량은 97% 줄이고, 잡히는 새우의 양은 2%만 줄어듭니다.
미국은 지난 1987년 새우잡이를 하는 모든 어선의 어망에 TED 장착을 의무화했으며 1989년부터 TED 장치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로부터 새우 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멕시코, 코스타리카, 나이지리아 등 미국에 새우를 수출하는 국가들은 모든 새우잡이 어선에 TED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WWF는 영국 정부 역시 새우를 수출하는 국가들에 TED 장착을 의무화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막대한 양의 자연산 새우를 수입하고 있지만 영국에 새우를 수출하는 인도, 태국, 마다가스카르 등의 수산업은 빈약해서 TED 장착에 대한 인센티브가 거의 없습니다. 영국 정부가 나서 영국에서 수입하는 자연산 새우 어업에 관한 요건을 강화해 TED 장치를 도입하도록 지원하고 수천 마리 바다거북의 헛된 죽음을 막아야 할 때입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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