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대한 여정
배철현 지음
21세기북스ㆍ428쪽ㆍ2만2,000원
스페인 고원지대 화석 더미에서 발견된 30만년 전 인간 유골 두 개. 하나엔 인간이 휘두른 무기에 맞아 살해 당한 흔적이 남았다. 다윈 진화론의 적자생존ㆍ약육강식 법칙을 떠받치는 인간의 폭력성과 이기심을 상징한다. 다른 하나는 난치병을 앓다 죽은 다섯 살 아이의 것이다. 아이가 5년을 생존한 건 가족과 이웃의 헌신 덕분이었다. 인간은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대로 ‘이기적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 무자비한 생존 기계’에 불과한 게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할 줄 아는 ‘이타적 동물’이었다는 증거다.
공감, 배려, 정의, 정직, 희생 등으로 발현되는 이타심(compassionㆍ자비)이 인간 본성의 핵심이며, 그 덕에 인간이 살아 남았다고 저자인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설파한다. 책은 그 논증을 위해 600만년에 걸친 인류의 정신사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도구 사용, 불 발견을 비롯한 모든 혁신의 동력이 순수한 이타심이며, 과학, 철학, 예술, 종교 등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발명품에도 이타심이 깃들어 있다고 강조한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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