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 그늘 없을 수 없다
특사 보내려면 상황 지켜봐야
세습 내려올수록 정보 줄어들어”
정부 고위 당국자가 13일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는 일부 주장을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당장 북한에 특사를 보낼 계획이 없다는 정부 방침도 시사했다.
남북 관계 사정에 밝은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을 핵ㆍ미사일 개발에 전용했다는 근거를 정부가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자금의 70% 정도가 북한 노동당 서기실, 39호실로 들어가는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는 지난해 2월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발언을 부인한 것이다. 당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선언하며 홍 전 장관은 기자들에게 “(전용) 관련 자료를 정부가 갖고 있다”고 했다가 사흘 뒤 국회 보고 때 “증거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와전된 부분이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에 개성공단 자금의 핵ㆍ미사일 개발 전용 정황을 파악하고도 정부가 개성공단을 가동했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비판을 홍 전 장관이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북한의 개성공단 자금 전용 여부가 논란이 된다’는 지적에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그렇다고 답변하진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북한과 여러 사업을 해왔는데, 어떤 사업이든 우리가 원하는 방향과 효과만을 100% 기대할 수는 없다. 부분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효과도 동시에 발생하게 마련”이라며 “중요한 건 그런 사정을 잘 판단해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효과는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인도적 지원의 경우 모니터링(감시)을 강화해 전용 가능성을 최소화해가면서 북한의 취약 계층이나 필요한 분들한테 제대로 잘 전달되도록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북 관계 회복을 정부가 서두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과거 우리 정부 출범 당시를 돌이켜 보면 북한이 길게는 몇 달 넘게 새 정부 입장을 탐색하는 기간을 가졌다”며 “지금은 한반도 정세마저 과거보다 훨씬 엄중하고 복잡해진 만큼 북한도 그런 것들을 고려하면서 판단을 해야 할 테고, 우리도 매체를 통한 북한의 반응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시간을 갖고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반복해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북 방송이나 전단 살포 등 적대 행위의 선제적 중단 가능성에 대해서도 “북한의 반응과 한반도 정세, 우리 국민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했다.
최근 북한 전문가 사이에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대북 특사 파견도 정부는 아직 시기상조로 판단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특사를 주고 받는 일은 쉽지 않을 뿐더러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여건이 되면 특사를 보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상황을 지켜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북한 정권이 세습돼 내려올수록 정보가 줄고 있다는 고충도 이 당국자는 털어놨다. “김일성에서 김정일, 김정은으로 북한 지도자가 바뀌어 오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예컨대 김일성 주석 당시엔 자기 생각 발표도 많았고 북측이 남측을 상대로 제의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그게 대북 정책과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더 많은 것들을 고려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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