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신세 안 지면 검찰 ‘쫄’ 이유 없어”
“검찰개혁, 제도보다 마음가짐 바꿔야”
“위대한 검사는 좋은 보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의에 대한 열정에서 나온다.”
지난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김희관(54ㆍ사법연수원 17기) 법무연수원장이 검찰을 떠나면서 후배 검사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김 원장은 12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공정한 인사시스템은 검찰개혁의 핵심”이라며 “위대한 검사는 좋은 보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의에 대한 열정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무일(56ㆍ18기) 검찰총장 후보자와 총장 자리를 두고 경합했던 김 원장은 연수원 후배 기수가 총장이 되면 옷을 벗는 관행을 따라 박성재(54ㆍ17기) 서울고검장과 함께 문 후보자 지명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김 원장은 인사 때마다 일희일비하거나 연연하면 말 것을 주문했다. 그는 “내심 어느 자리를 소망하는 것이야 인지상정이겠으나 어느 자리를 가고 싶어 다른 사람, 특히 외부 사람의 신세를 지려는 것은 본인을 위해서나 조직을 위해서나 결코 바람직한 생각이 아니다”라며 “외부의 신세를 지지 않는다면 검찰이 ‘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검사들이 승진과 좋은 보직을 위해 정권에 줄을 대고, 이후 혜택을 받은 검사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한다는 세간의 시각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원장은 또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과 관련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대표적 과제가 될 것”이라며 “제도적 변화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사람이 바뀌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진정한 검찰 개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검찰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써 변화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국민들은 검찰이 오만하고 국민 위에 군림해 왔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은 국민을 섬기기 위해 존재한다는 검찰의 존재 이유를 각자의 마음 판에 새기고 또 새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 원장은 마지막으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느낌이다. 무사히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도록 저를 도와주고, 보살펴 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깊이 감사한다”고 퇴임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김 원장의 퇴임식은 14일 열릴 예정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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