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중에는 자기 체중을 과대평가해 ‘너무 뚱뚱하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남성은 그 반대로 본인 체중을 과소평가하는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진원 경북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와 박수잔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2007∼2014년)에 참여한 19세 이상 성인 4만3,883명의 응답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대상 중 남성은 1만8,602명, 여성은 2만5,281명이었다. 키의 제곱(㎡)으로 몸무게(㎏)를 나눈 체질량지수(BMI)는 대개 18.5 이하를 저체중으로, 18.5∼24.9 사이를 정상 체중으로 본다. BMI 25∼29.9까지는 과체중, 30 이상은 비만으로 분류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기준으로 볼 때 남성의 60.5%, 여성의 66%가 객관적으로 ‘정상 체중’이었다. 그러나 스스로 '정상 체중'이라고 여기는 비율은 남녀 각각 39.5%와 40.6%에 불과해 실제와 자기 인식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 자기 체중이 저체중, 정상 체중, 과체중, 비만 등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 잘못 인식하는 비율은 남성 39.4%, 여성 43.2%였다.
오인 비율은 남녀가 비슷했지만 그 양상은 크게 달랐다. 남성은 27.2%가 본인 체중이 실제보다 가벼운 부류에 속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비만한 사람이 과체중이라고, 과체중인 사람이 정상 체중이라고, 정상 체중인 사람이 저체중이라고 인식하는 경우다.
이와 대조적으로 여성은 27.6%가 본인 체중이 실제보다 무거운 부류에 속한다고 오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상 체중 여성 1만6,523명 중 20%(5,002명)는 자신이 과체중이라고, 1.1%(274명)는 '비만'에 속한다고 착각했다.
이번 논문에서는 스스로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본인 체중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 비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연구팀은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건강상태 측정방법인 EQ-5D로 ‘건강과 연관된 삶의 질’(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HRQOL)을 수치화해 집단별로 비교했다. EQ-5D는 유동성, 자기관리, 일상생활, 통증·불편감, 불안·우울 등 삶의 질과 연관된 5종류의 요소를 측정한다.
스스로 '매우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남성의 삶의 질 점수는 스스로 정상 체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 비해 74% 낮았다. 스스로 뚱뚱하다고 여기는 여성의 삶의 질점수도 스스로 정상 체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보다 76% 낮았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의학학술지 ‘BMJ’(British Medical Journal)에 실렸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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