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돌연 출석…배경 공방도
증인 출석을 거부하겠다던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돌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승마 특혜 지원을 숨기기 위해 이른바 ‘말세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 측이 재판 과정에서 '최씨가 말을 교환했을 뿐 삼성은 알지 못했다’고 반박한 것과 달리 정씨는 "삼성이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재판에 출석한 정씨는 ‘말의 소유권은 삼성에 있었고, 그 말을 최씨가 삼성 모르게 교환하려 했다’는 삼성 측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을 했다. 정씨는 “삼성이 (승마 지원 논란으로) 시끄러워질 것 같으니 말을 바꾸라고 한 게 맞냐”는 특검 질문에 “엄마한테 ‘삼성이 말을 바꾸라고 한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이 부분을 명확히 하기 위해 독일에 있는 승마 코치와 통화한 사실도 꺼냈다. 정씨는 “(코치가) 말 교환 전날 코펜하겐 공항에서 엄마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 전무 세 명이 만난 걸로 안다는 얘길 해줬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말 교환과 관련해 어떤 대화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얘기다. 또 정씨는 “살시도를 우리가 사버리자고 제안했지만 엄마가 ‘그럴 필요 없이 네 것처럼 타면 된다’는 말을 했다”고 기억했다. 특검은 지난해 승마지원 논란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삼성이 애초 지원해준 말(비타나Vㆍ살시도)을 다른 말로 바꾸는 등 ‘말 세탁’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 측은 전언(傳言)일 따름으로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정씨는 승마 지원 관련 계약서를 본 적도 없이 최씨에게 들은 말만 진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씨의 돌연 출석 배경을 놓고 특검과 정씨 측 변호인의 장외 공방이 벌어졌다. 정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정씨가 새벽 5시쯤 집을 나가 승합차에 탄 후 종적을 감췄다”며 특검이 위협과 회유를 했다고 성명을 냈다. 삼성 측 역시 “정씨가 3차 구속영장이 청구될지 몰라 특검이 원하는 증언을 했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특검은 “정씨가 출석하겠다는 생각을 전하며 이동 지원을 요청해 도움을 준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씨도 “만류가 있었고, 나오기 싫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재판의 결심 기일을 8월 2일로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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