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학생 누락시키고, 회의록 빼돌리고, 진술서 사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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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학생 누락시키고, 회의록 빼돌리고, 진술서 사라지고..

입력
2017.07.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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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초 대기업 총수 손자 등 ‘학폭’ 전방위 은폐 사실로

교장 등 4명 중징계 및 수사의뢰

게티이미지뱅크.

대기업 총수 손자와 배우 윤손하씨 아들 등이 연루된 학교 폭력 사태에 대해 당사자인 숭의초등학교가 이를 조직적으로 축소ㆍ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도적으로 가해학생을 심의 대상에서 누락시켰고, 회의록 내용을 가해학생 부모에 유출하는가 하면 결정적 증거가 될 진술서 일부는 분실됐다. 심지어 피해학생 부모에게 전학을 유도하기도 했다. 전방위 은폐가 이뤄진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2일 이런 내용의 숭의초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교장과 교감, 생활지도부장 등 3명은 해임, 담임교사에겐 정직 등 중징계 처분을 숭의학원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또 진술서 유출 등의 혐의로 이들 4명을 전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4월 20일 경기 가평에서 진행된 숭의초 수련회에서 3학년 학생들 간 폭력 사건이 발생한 뒤 피해학생 부모는 기존에 지목된 가해학생 3명 외에 “1 명이 더 폭력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가해학생들은 피해학생을 담요로 덮어 플라스틱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물비누를 마시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숭의초는 지난달 1일 열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심의 대상에서 추가로 지목된 이 가해학생을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생이 국내 굴지 대기업 총수의 손자 P군이다.

사건해결에 결정적인 단서가 될 진술서 일부가 사라진 사실도 이번 감사 결과 드러났다. 담임교사는 사건 발생 나흘 만인 4월 24일 목격학생 등 9명에게 총 18장의 최초 진술서를 받았는데 이 중 6장이 분실됐다. 담임교사는 생활지도부장에게 애초 18장 모두 제출했다고 주장한 반면 생활지도부장은 처음부터 6장이 없는 상태로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6장 중 4장은 사건 해결에 중요한 단서가 될만한 목격자 진술서이고 나머지 2장은 가해학생이 작성한 것”이라고 전했다. 생활지도부장은 특히 P군 부모가 학폭위 회의록과 P군이 쓴 진술서 등을 요구하자 이를 촬영해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송하기도 했다.

숭의초는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피해학생 보호도 하지 않았다. 교장은 피해학생 부모에게 “이번 일 끝나면 어떻게 아이를 이런 학교에 보내시려고요”라며 전학을 유도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교감은 피해학생이 심한 정신적ㆍ육체적 고통으로 장기간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사소견서까지 제출했지만 병원을 방문해서라도 피해자 진술을 받겠다고 했다.

학교폭력 사건을 심의하는 학폭위에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학교전담경찰관(SPO)을 배제하고 그 자리에 교사를 임명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 사건 발생 당일 P군이 연루된 또 다른 폭력사건에 대해 학교 측은 학폭위 개최는 물론 교육청 보고도 하지 않았다.

한편 숭의초는 이날 반박 입장을 내고 “서울시교육청이 일방적 피해 주장만을 앞세워 학교가 재벌가 학생을 비호했다는 의혹만 나열했다”며 “학폭위 개최 이틀 전에야 P군이 가해학생으로 신고돼 심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었고 진술서 분실에 대한 관리 소홀은 인정하나 고의로 은폐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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