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10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홀로 컴퓨터와 밤낮 없이 씨름을 하는 사람이 있다. 여기에서 제작된 ‘작품’들은 1903년 시작해 올해로 104회째를 맞은 세계 최고 권위의 도로 경주 사이클(투르 드 프랑스) 축제의 대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지를 연일 장식하고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인 크림서울의 대표 신진섭(37)씨가 주인공이다. 신 대표는 지난 1일 독일뒤셀도르프에서 개막한 2017 투르 드 프랑스의 SNS 이미지 제작을 의뢰 받아 대회 중반에 돌입한 12일까지 10여 건의 작품을 완성했다. 대회가 열리는 3주 동안이 계약 기간이다.
매년 7월 한 달간 프랑스 전역과 인접 국가를 일주하며 ‘지옥의 레이스’로도 불리는 투르 드 프랑스의 대회 홍보용 SNS 이미지 제작을 한국인이 맡은 건 신씨가 처음이다.
신 대표가 이 대회와 인연을 맺은 건 자전거 때문이다. 그는 12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자전거를 워낙 좋아해 동호인들과 교류가 많은데 외국 쪽 SNS를 작업하는 사람들이나 선수들을 통해서 관련 제품 등을 외국 업체와 제작해서 판매 하다가 투르 드 프랑스에까지 흘러갔다. 작년에 처음 의뢰가 왔었지만 대회가 임박한 시점이라 고사했고, 올해 처음으로 같이 일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신 대표는 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회사에 취업했지만 얽매인 조직 생활과 맞지 않다고 판단해 ‘나 홀로 사업’을 시작했다. 신 대표는 “단돈 2,000만원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작업도 집에서 하다가 1년 전부터 사무실을 얻어 일과 취미에 경계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년 사업가’라는 호칭도 달가워하지 않았다. 신 대표는 “수익 증대를 목표로 일을 한다기보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수요가 있을 경우 계약을 맺고 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회사를 확장할 생각도, 직원을 채용할 생각도 없다.
신 대표는 평소에도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생각나는 대로 제작해서 SNS에 올린다. 그는 “그냥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 올린다. 개인 포트폴리오 효과도 있지만 그냥 나에게는 일이 아니라 즐거움이다”라고 전했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들은 수요에 따라 디자인 브로셔나 로고 BIㆍCI, 의류 프린팅, 일러스트레이션 등 다방면에 노출돼 있다. 신 대표는 “이렇게 큰 대회에서까지 신나는 일을 하게 돼 보람도 크고 뿌듯하다”면서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좋은 기회가 오면 어디든 가겠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