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변호사 회동 주선한 골드스톤
“트럼프 후보에 매우 유용할 것
러 검찰수뇌도 제안에 관여해”
폭스뉴스 출연한 트럼프 주니어
실수 인정하며 “아버지는 몰랐다”
트럼프 “투명성에 박수” 편들기
민주당 “러 유착 증거, 반역행위”
뮬러 특검 “주니어 의혹도 수사”
소강상태였던 ‘러시아 스캔들’이 워싱턴 정가의 최대 쟁점으로 다시 부상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류언론 공세에 ‘2차 러시아 스캔들’ 당사자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장남)가 11일(현지시간) 관련 이메일 전문을 공개하는 등 정면돌파를 선언하면서다. 이에 진보ㆍ중도성향 주류언론과 야당인 민주당이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유착 의혹이 확인됐다’고 총공세에 나서자,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폭스뉴스의 노골적 지원 아래 ‘워싱턴의 낡은 정치꾼들이 대통령 흠집내기에 나섰다’고 맞서고 있다.
이날 워싱턴 정가에서는 대통령 장남이 지난해 대선 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의 추문 관련 정보를 얻으려고 러시아 측 인사를 접촉했다는 의혹과 관련, 종일 상황 반전과 이에 따른 속보가 쏟아졌다. 트럼프 주니어가 정보를 받기 위해 러시아 측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NYT가 확보했다고 보도하자, 곧바로 그가 전격적으로 트위터에 지난해 6월 러시아 변호사와의 회동을 주선한 롭 골드스톤과 나눈 이메일 전문을 공개한 것이다. 골드스톤은 트럼프와 친분이 두터운 러시아 팝가수 에민 아갈라로프의 언론담당자다. NYT가 8일 보도하며 처음 알려진 이 스캔들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아버지인 당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도울 수 있다는 정보를 지닌 러시아 변호사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와 지난해 6월 9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만남을 가졌다.
이날 공개된 이메일(2016년 6월3일 오전 10시36분 발송)에서 골드스톤은 트럼프 주니어에게 “매우 민감한 고급정보이지만, 트럼프 후보에 대한 러시아와 러시아 정부 지원의 일부”라고 제공하려는 정보를 소개했다. 그는 이어 “힐러리, 그리고 힐러리와 러시아의 거래를 유죄로 만들 공식적인 문서와 정보를 제공하도록 할 수 있다. 당신 아버지(트럼프)에게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드스톤은 이메일에서 “러시아 검찰수뇌(Crown prosecutor)와 만남에서 정보 제공에 대한 제안이 이뤄졌다”고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검찰수뇌가 유리 차이카 검찰총장을 의미할 수도 있다”라며 러시아 정부 개입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 같은 이메일을 받은 트럼프 주니어는 20여분 만에 “관심있다(I love it)”는 긍정적인 말과 함께 트럼프타워에서 당시 선대본부장인 폴 매너포트와 처남(재러드 쿠슈너)이 동석한 가운데 만나자고 답장을 보냈다. 일련의 과정만 보면 트럼프 당선에 도움을 줄 정보를 러시아 측이 제시하자 트럼프 주니어가 주저 없이 관심을 표명하면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에 여지를 준 것이다.
이메일이 공개된 직후 CNN 등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관계인 주류언론은 러시아 정부의 미 대선 개입을 확증하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클린턴 후보를 도왔던 제프리 자코보비츠 변호사를 인용,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와의 공모에서 ‘리걸 라인’(법적 한계)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사실상 ‘반역행위’라며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팀 케인(버지니아) 상원의원은 “러시아 스캔들은 이제 단순한 사법 방해 차원을 넘어, 위증과 허위 진술, 심지어 반역혐의로까지 흘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보수언론이 맞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들 이메일이 공개된 직후 성명에서 “내 아들은 수준 높은 인물이다. (이메일을 공개한) 투명성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은 ‘트럼프 주니어 행동이 반역행위’라는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대표적 보수언론인 폭스뉴스도 엄호에 나섰다. 이날 저녁 ‘헤너티’ 뉴스쇼에 트럼프 주니어를 출연시켜, “(당시 만남은) 상대 후보에 대한 조사에 불과했으며, 아무 성과를 보지 못했으며 분명히 그런 회동이 아니었다”는 해명 기회를 제공했다. 그는 또 “돌이켜보니 다르게 처신해야 했다”고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인 아버지는 이 만남을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미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트럼프 주니어 의혹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져, 트럼프 대통령 기대와 달리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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