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선박평형수 환경규제 2년 유예에 해운ㆍ조선 희비 엇갈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선박평형수 환경규제 2년 유예에 해운ㆍ조선 희비 엇갈려

입력
2017.07.12 14:45
0 0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유조선(VLCC).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유조선(VLCC). 현대중공업 제공

국제 항해 선박에 평형수 처리장치(BWMS)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기한이 2년 늦춰지면서 해운ㆍ조선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해운업계는 올해에만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추가 설비 구축 비용을 당장 쓰지 않아도 돼 반색하는 반면 조선업계는 노후 선박을 대체할 신규 발주가 미뤄지게 돼 수주 목표치를 줄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12일 해양수산부와 해운ㆍ조선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선박평형수 관리협약’ 발효에 따른 BWMS 의무 설치 기한을 2022년에서 2024년까지로 유예하기로 했다. 평형수는 선박 운항 때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배 아래나 좌우에 설치된 탱크에 채워 넣는 바닷물을 말한다. 선박평형수 관리협약은 해양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 국제 항로를 다니는 모든 선박에 평형수의 유해성 플랑크톤이나 박테리아 등을 제거하는 장치 탑재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원래대로라면 협약 발효 이후의 신규 건조 선박은 짓는 단계부터, 협약 발효 이전에 만들어진 선박은 5년 주기의 정기검사 때까지 BWMS를 설치해야 한다. 이 협약에 따르면 늦어도 2022년 말까지 모든 선박이 BWMS를 탑재해야 한다. 그러나 IMO는 최근 회의에서 협약을 예정대로 발효하되 2012년 9월부터 2014년 9월 사이 정기 검사를 받은 선박에 대해서는 2024년 9월까지만 BWMS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수정했다. 다만 2014년 9월부터 올해 9월 사이 검사를 받은 배들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2022년 9월까지 BWMS를 탑재해야 하며, 올해 9월 8일 이후 새로 건조되는 선박은 곧바로 이 같은 의무 사항이 적용된다.

IMO의 이번 결정은 노르웨이 등 일부 국가가 BWMS를 탑재할 조선소 도크 부족과 선사들의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도입 유예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또 2022년 9월로 BWMS 설치 기한을 통일하면 이 시점에 BWMS를 탑재하려는 기존 선박이 대거 몰려 혼란과 ‘병목 현상’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결정이기도 하다.

업황의 장기 침체가 이어지는 해운업계는 당장 투입해야 하는 비용이 줄어들어 재무적인 부담을 덜게 됐다. 앞서 한국선주협회는 협약이 원안대로 발효됐을 경우 올해 BWMS를 설치해야 하는 국적 선사의 선박 수가 총 126척이며 609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5년간 설치 대상인 선박 수는 총 586척이고 설치 비용은 약 3,5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없어진 건 아니지만 선사 입장에선 당장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평형수 관리협약 발효로 노후 선박 교체 시기가 당겨질 것으로 기대했던 조선업계는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오랜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 일감을 늘려야 하는 조선업계로선 수주 기대치를 낮춰야 할 처지다.

BWMS를 설치하고 검사까지 받으려면 선박 규모에 따라 약 3억∼50억원이 드는데, 20년 이상 노후 선박을 보유한 선주는 이 비용을 감수하기보다 BWMS를 탑재한 새 배를 주문하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선사가 올 하반기부터 노후 선박을 폐선하고 새 선박 발주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컸다. 증권가에서는 15년 이상 된 선박 중 10%가 환경규제로 인해 올해 선(先) 발주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기존 예상치보다 49%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일부 늦춰진 것이어서 큰 변화는 없겠지만 수주 한 건이 아쉬운 상황에서 수주가 줄어드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28일 부산 해운대에서 열리는 ‘산업포럼’에서 평형수관리협회, 선사, 연구학회 등 관계자들에게 선박평형수 관리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이행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