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결코 쉽지 않다. 단순한 듯 하다가도 어렵고, 파격적이다. 신작 '옥자'역시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는 거대 동물 옥자와 미자(안서현)의 우정과 사랑, 모험을 그린 듯 단순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봉 감독 특유의 자본주의를 향한 비판 의식과 잔혹함이 담겨 있다. 오락적인 즐거움을 기본적인 바탕으로 했지만, 동시에 생각하고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옥자'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와 봉 감독의 합작품 '옥자'는 인터넷망을 타고 전세계 190개국에서 영화 팬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달 29일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개봉했다. 봉 감독은 "이런 경우가 나도 처음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옥자'는 영화산업에 있어서 유별난 케이스인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시스템이 또 나올지는 모르겠다. 나 또한 모든 게 다 신기하다. 단 하나, 창작자로서 영화를 무사히 완성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내가 바란 대로 완성했기 때문에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 내 손을 떠났다. 영화에 대한 판단은 철저히 관객의 몫이다."
'옥자'는 국내에서 12세 관람가를 받은 반면 미국에서는 청소년관람불가(TV-MA) 등급을 받았다. 봉 감독은 국내와 외국 관객들의 반응이 확실히 다르다고 했다. 특히 후반부 등장하는 충격적인 도살 장면을 본 외국 관객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단다.
"사실 국내에서 12세 관람가를 받은 게 의외였다. 왜냐면 외국에서는 '굉장히 충격적이다'라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후반부 등장하는 장면에 대해 강하게 반응한다. 한 관객은 영화를 보고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가기도 했다."
주인공 미자를 제외한 등장인물들은 만화 캐릭터처럼 희화화됐다. 돈에 눈이 먼 CEO 미란도(틸다 스윈튼), 재기를 꿈꾸는 동물학자 죠니(제이크 질렌할), 모순점이 많은 비밀 동물 보호단체 ALF까지 '정상적'인 이들이 없다.
"옥자를 둘러싼 세상이, 사람들은 모두 미쳐있는 상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누구에게 몰입해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무엇을 얘기할지 모르겠지만, 저마다 느끼는 그 지점에서 뭐든 이야기하고 상기시킨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감독의 눈에 비친 이야기를 그려냈지만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눈은 다 다르니까. 그 가능성을 열어 놓고 싶다."
옥자는 긴 컴퓨터 그래픽(CG) 작업 끝에 탄생한 거대동물이다. 타이틀롤답게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들 중 가장 중요한 주인공이다. 봉 감독은 최대한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공을 들였다.
"'괴물'때 함께 작업한 장희철 디자이너가 엄청난 노력을 들였다. 옥자가 위기에 처했는데, 관객들이 'CG 돼지? 어쩌라고?'라는 식의 반응을 하면 안 되니까. 500억이 넘는 큰 예산이 든 것도 어마어마한 양의 CG 작업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제이크 질렌할의 출연료는 적정 수준이다(웃음)."
봉 감독은 영화의 히로인 안서현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거대한 모형에 불과한 옥자와 함께 연기를 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았던 터다. 봉 감독은 영화 '몬스터'(2014년) 당시 안서현의 연기에 반했다고 털어놨다.
"일반적인 아역배우가 하지 않는 연기를 하는 느낌이다. '저 느낌은 도대체 뭐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어떤 타입으로도 분류되지 않는 독자적인 느낌이 있다. 틸다 스윈튼 역시 안서현을 보자마자 '얘가 미자인데?'라고 말했다.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정말 어른스러웠다."
멀티플렉스(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보이콧한 '옥자'는 전국 독립ㆍ예술영화 상영관에서 상영 중이다. 연출자의 입장에서 관객에게 제공될 기회가 적어졌다는 점이 아쉬울 법도 한데 오히려 해방감을 느낀단다.
"손익분기점을 상투적으로 나눴을 때 상업영화든, 예술영화든 그에 대한 압박감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에 대한 부담이 없다. 해방된 기분이다. 물론 극장에서도 꼭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다. 그 욕심으로 극장에서도 개봉하게 됐고, 넷플릭스 사상 최초로 100여 개의 극장을 확보하게 돼 기쁘다."
사진=NEW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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