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W 연습생 이건희는 차분하면서도 담담한 어조로 최근 한국일보닷컴을 만나 자신을 소개했다. 학교에서 줄곧 반장을 도맡았을 것 같은 그는 반듯하면서도 유쾌했다.
하지만 이건희가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반듯함과는 상반되는 비글매력 넘치는 자기소개 동영상이었다. 골반을 아낌없이 흔드는 이건희 표 댄스는 그의 가능성을 짐작하게 했다.
Q. '프로듀스 101' 종영 이후 인기를 실감하나.
A. 많은 사람이 알아보는 게 신기하다.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직 데뷔한 연예인도 아니고 연습생 신분이라 혹시 행동이 거만해 보일까 봐 조심스럽다. 사진이나 사인 요청을 받을 때마다 어쩔 줄 모르겠더라.
Q. 보컬 포지션 평가에서 1위를 했다. 순위 상승폭 도 높았다. 탈락에 대한 아쉬움이 컸을 터.
A. 처음에는 많이 아쉬웠다. 11인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프로그램에 임했고 조금 더 노력하면 데뷔할 수 있으니까 욕심도 났다. 하지만 일단 무대에 내려왔을 때는 후회가 없더라.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솔직하게 내 모습을 다 보여줬다. 노력에 대한 후회가 없었다.
Q. 떨어지자마자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항상 순위 걱정을 했고 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남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하지 않아졌다. 한 번 더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Q. 그룹 미션에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리더 같았다.
A. 처음에는 RBW 연습생으로서 실력이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었다. 그게 잘 안 돼서 속상한 부분이 있었다. 또 포지션 평가 때 처음으로 리더와 센터, 메인보컬이라는 지위를 다 맡으며 욕심 많은 사람으로 보이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그래도 팀원들이 정말 잘 따라와 줬다. 사실 리더에 잘 맞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좀 더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힘있게 이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이 보이더라.
Q. 리액션 부자였다. 표정이 남다르더라.
A. 짤막한 리액션에서 나를 많이 써줬다. 안준영 PD님에게 내 리액션을 왜 이렇게 많이 써줬냐고 했더니 '네가 잘해서 쓴 거다'라고 말해줬다. 뿌듯하더라. 그런 표정이 내게 있는 줄 몰랐다.
Q. 올라프 닮은꼴로 회자됐는데.
A. 내가 올라프를 닮았다고 사람들이 말해줘서 알았다. 나와 올라프 사진을 붙여두고 보니 좀 닮은 거 같더라. 나는 내가 입이 크다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방송을 나가서 알게 됐다. 닮은꼴을 찾아주는 것도 다 관심이라고 생각해서 정말 감사하다.
Q. 남자판 '프로듀스 101'이 또 나온다면 출연 의사가 있나.
A. 마지막 방송 때 제작진 분들에게 그랬다. 곧 치마 입고 여자판으로 돌아오겠다고. 하하. 지금 '프듀'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꼭 참여하고 싶다. 하지만 새로운 오디션이라면 조금 힘들지 않을까.
Q. '프로듀스 101' 출연 이후 달라진 게 있다면.
A. '프로듀스 101'에 출연하기 전에는 막연히 연습만 하면 될 줄 알았다. 방송에 나가면서 많은 경험을 했고 무대 위에 서면서 감각을 배웠다.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한 것 같다. 꿈에 조금 더 가까워질 기회가 된 것 같다.
명희숙 기자 aud6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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