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작년 도입 시스템 통해
보험사기 혐의자 189명 적발
10년간 허위입원 일가족 7억 타내기도
김모씨 부부와 자녀 2명은 지난 10년간 병원 20여 곳을 다니면서 120차례나 입원했다. 보험사에서 입원보험금을 타내려고 자녀들과 돌아가며 병원에 허위입원한 것이다. 이들은 나중에 이 생활이 익숙해지자 아예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보험사에서 받은 보험금은 생활비로 썼다. 이들이 10년 동안 뜯어낸 보험금만 7억원에 달한다. 좀처럼 꼬리가 잡히지 않던 이들은 최근 금융감독원의 보험사기 기획조사에 덜미가 잡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도입한 보험사기 상시감시시스템으로 김씨 부부처럼 ‘나이롱환자’ 행세를 해 보험금을 타낸 보험사기 혐의자 189명을 적발해 경찰에 넘겼다고 11일 밝혔다. 이들 189명이 타낸 보험금은 457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덜미가 잡힌 보험사기 혐의자들의 면면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남 광양의 한 마을 주민 수십명은 사채 빚을 갚으려고 허위입원하는 식의 보험사기를 벌였다. 사채업자가 채무자들에게 허위로 입원해 보험금을 받아 빚을 갚으라고 하자, 이들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행동으로 옮겼고 결국 30억원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보험계약 구조를 잘 아는 전직 보험설계사가 의사, 병원 사무장과 짜고 나이롱환자들을 가짜로 입원시키는 방식으로 50억원 넘는 보험금을 타낸 사기단도 적발됐다.
금감원은 이들을 적발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도입한 보험사기 상시감시시스템 덕을 톡톡히 봤다. 그간 적발된 나이롱환자 특징 등을 반영한 상시감시지표를 만든 금감원은 일차적으로 이를 통해 보험사기 연루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을 선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사고정보, 보험금 지급내역 등을 정밀 분석해 사기혐의자를 걸러냈다. 과거 보험사기를 저질렀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기 후보자를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걸러내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금감원은 경찰청과 협력해 사기혐의자들의 위법사실을 입증해 형사처벌이 내려지도록 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는 어떻게든 적발되는 만큼 주변에서 권유하더라도 절대 혹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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