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되는 부지들 환경정화 숙제로 남아
주한미군의 지상전력인 미8군이 서울 용산에서 경기 평택기지로 이전하기까지 실무 절차만 14년이 걸렸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공사가 중단되기도 하고 비용분담 문제로 한미가 옥신각신하는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종착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국 91개 미군기지가 통폐합되면서 우리 측에 반환하는 기존 부지의 환경오염을 제거하는 것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사업 초기부터 비용이 관건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1990년 한미간 기본합의서를 체결해 1996년까지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옮기기로 기세 좋게 시작했지만, 비용부담이 과다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1993년 사업을 보류했다.
이후 10년이 지나 노무현정부 첫 해인 2003년 4월 한미 정상간 합의로 이전 사업을 재개했다. 역사적 자존심인 서울 도심의 부지를 되찾아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와, 군사혁신을 바탕으로 해외 파병부대의 전략적 유연성을 표방한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이에 따라 용산기지를 옮기는 YRP(Yongsan Relocation Program)는 한국이, 의정부ㆍ동두천기지를 이전하는 LPP(Land Partnership Plan)는 미국이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당초 목표로 잡은 용산기지 이전시점은 2008년이었다. 하지만 2006년 5월 평택기지 조성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시위대가 격하게 반발하면서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대추리’ 사태가 터졌다. 이로 인해 평택기지는 2007년 11월이 돼서야 첫 삽을 뜰 수 있었다.
이후에도 비용분담을 놓고 잡음이 계속됐다. 공사기간이 늘면서 7조원으로 추산했던 총비용이 16조원으로 증가했다. 이중 8조 9,000억원의 YRP는 한국이, 7조1,000억원의 LPP는 미국이 부담하기로 나눴다. 문제는 미 측의 불투명한 자금 집행내역이었다. 2013년 커티스 스캐퍼로티, 2016년 빈센트 브룩스 등 주한미군사령관들은 미 의회에 출석할 때마다 “미군기지 이전비용의 90%는 한국이 부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에서는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을 LPP에 전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았지만 국방부는 미 측의 정확한 자금 집행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은 올해 평택기지 조성을 끝내고 내년까지 대부분의 부대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다만 전국에 산재된 미군기지를 돌려받는 과정에서 오염된 부지를 말끔하게 원상 복구하지 않는 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캠프 롱의 경우 2010년 일찌감치 문을 닫았지만, 이후 환경정화 비용을 떠넘기는 미군을 상대로 국방부가 뒷짐만 지면서 7년을 허비했고 시민들은 흉물스럽게 변한 군사기지를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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