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게이츠(73) 전 미국 국방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으로 선(先) 중국 협상을 통한 북한 ‘핵동결’ 을 제안했다. 이미 고도화한 북한 핵능력을 감안해 핵동결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와 차별되는 반면 핵동결을 전제로 한 대화 후 핵폐기로 나아가는 문재인 정부의 단계적 접근법과는 어느 정도 맥이 통한다.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11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이 핵을 체제 존속을 위한 필수요소로 간주하는 이상 핵을 포기하도록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핵탄두)운반체의 사거리를 제한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10~12개 이상의 핵 탄두 개발과 운반체 사거리 능력을 발전시키지 못하도록 중국과 국제기구가 엄격한 사찰을 시행하는 것을 ‘핵동결’ 방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에 대북 정책 3대 원칙으로 ▦한반도를 전멸시킬 수 있는 (전략 없는) 단순한 군사행동 카드 포기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지렛대인 중국 활용 ▦미중 협상 완료 후 북미 협상 돌입 등을 제안했다. 이어 게이츠 전 장관은 ▦미국은 김정은 정권 교체 의지가 없으며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을 준비가 되어 있고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지위 변화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중국에 확인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문제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중국을 움직이려면 미중 간에 이 정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게이츠 전 장관 주장의 핵심이다. 다만 그는 중국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국과 일본 등에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이츠 전 장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을 지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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