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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호르몬 약값이 너무 싸서”…소음순협착증 치료제 생산 끊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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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호르몬 약값이 너무 싸서”…소음순협착증 치료제 생산 끊겨

입력
2017.07.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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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젠 질크림
에스젠 질크림

17개월 된 딸을 둔 A씨는 영유아발달검사에서 딸이 소음순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에스트로겐 연고만 바르는 낫는 ‘간단한’ 병이다. 하지만 A씨는 연고를 구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제약사에서 이 연고 약값이 너무 싸 더 이상 만들지 않아서다.

소음순협착증은 태어나 만 3세가 되기 전 여자아이에게 1.5~2% 정도에서 발생한다. 바이러스 감염이나 기타 염증성 질환 때문에 여자 어린이의 질 입구(소음순)가 막히는 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소변 보기가 힘들고, 요로감염 위험성이 늘어나 방광염 등으로 고생하게 된다.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패혈증도 걸릴 수 있다.

대부분 성장하면 호전되지만 시간이 꽤 걸리고, 그 사이 요로감염 등으로 문제를 겪게 될 위험이 높다. 따라서 빨리 해결하면 좋은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에스트로겐 연고(상품명 에스젠 질크림)’를 한달 정도 바르면 소음순 협착이 풀린다.

문제는 이 연고가 더 이상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고 약값이 너무 싸게 보험가격으로 매겨져 있어 연고 원료가 더 이상 수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에스트로겐 연고 원료인 에스트로피페이트 성분은 아시아에서만 쓰이고 있으며, 바이엘에서 수입해 명문제약이 제조해왔지만 바이엘이 원료를 수입하지 않아서다.

어린 여자아이에게만 에스트로겐 연고가 필요한 것만 아니다. 폐경 후 10~20년 이상 지나면 여성은 질 위축이 된다. 이로 인해 통증과 염증, 출혈이 생긴다. 이럴 때도 에스트로겐 연고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피부에 바르는 여성호르몬제인 ‘에스트레바겔’도 약값이 너무 저렴해 수입을 포기하고 중단했다가 최근 수입을 재개했다. 그러나 적정 약값을 유지해 주지 않으면 언제 또다시 수입이 중단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신정호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고가의 신약은 약값 인하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오래된 필수 약은 물가인상분 정도는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약값이 너무 싸 약이 만들어지지 않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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