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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민주주의는 사망했다”… 200만 반정부 시위대 ‘정의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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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민주주의는 사망했다”… 200만 반정부 시위대 ‘정의의 행진’

입력
2017.07.1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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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대통령 철권통치 규탄

지난달 야당의원 수감이 도화선

정부 “테러 조장” 엄단 방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대 200만명이 9일 이스탄불 동부 마르마라해안도로에 모여 대규모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이스탄불=EPA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대 200만명이 9일 이스탄불 동부 마르마라해안도로에 모여 대규모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이스탄불=EPA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오후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말테페 해안공원. 연단에 선 터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울루 대표가 “사으! 후쿠크! 아달레트!(권리, 법, 정의)”라고 선창하자 10만명의 군중이 일제히 구호를 따라 외쳤다. 행사장인 공원 밖까지 꼬리를 문 집회 참가자 200만명(주최 측 추산)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철권통치를 규탄하면서 터키 민주주의의 사망을 선고했다.

지난해 7월 15일 발생한 쿠데타 시도 1주년을 앞두고 터키에서 반정부 저항 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행사는 ‘정의의 행진’으로 명명된 비폭력 시위를 기념하는 자리였다. 클르츠다로울루 대표와 지지자 수천명은 24일 동안 수도 앙카라에서 출발해 하루 20여㎞씩, 총 450㎞를 걸어 이날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도보 행진단이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은 너도 나도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정의 회복을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클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연설에서 “우리는 지지자들뿐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한 정의를 요구한다”며 “오늘은 대장정의 마지막이 아닌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이날 반정부 집회가 2013년 ‘게지파크 시위’ 이후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정의의 행진은 지난달 정부에 체포된 CHP 소속 에니스 베르베로을루 의원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그는 터키 정보당국이 시리아 무장조직에 무기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유출해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쿠데타 불발 이후 야당 의원이 처음으로 수감되자 여론은 급격히 들끓었다.

에르도안 정권은 지난해 250명의 사망자를 낸 쿠데타 시도를 유혈 진압한 뒤 ‘국가비상사태’를 활용해 공포통치를 지속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정부의 대대적 단속으로 한 해 동안 체포ㆍ구금된 사람은 5만명이 넘었고, 공무원 등 14만명은 해고되거나 직위를 박탈당했다. 그는 4월 통치구조를 대통령제로 바꾸는 개헌안 국민투표를 관철시켜 장기집권 가능성도 열어 놓은 상태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에르도안 정권은 판사를 대거 해고하면서 사법정의를 파괴한 데 더해 언론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야당이 정치적 반대 행위를 넘어 테러를 조장하고 있다”며 대규모 집회를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행진 기간 내내 무장경찰과 기갑차가 클르츠다로울루 대표를 뒤따르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이날 행사장에도 경찰력 1만5,000여명이 배치돼 폭력 확산 가능성에 대비했다. 일터 투란 이스탄불 빌기대 교수는 FT에 “정부가 정의의 행진에 쏠린 국민의 열광적 지지를 확인한 만큼 반정부 시위를 마냥 과소평가하거나 억누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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