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고귀한 정신을 영화에 담고 싶었습니다.” 배우 송강호가 기꺼이 택시 운전대를 잡고 1980년 5월 광주로 내려간 이유다.
10일 서울 삼성동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영화 ‘택시운전사’(8월 2일 개봉) 시사회에서 송강호는 “많은 분들께 (5ㆍ18의) 진실을 알리고자 나름대로 진정성을 담아 연기했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는 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을 카메라에 담아 전 세계에 알린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광주로 내려간 택시운전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송강호는 힌츠페터의 취재에 동행한 택시운전사 김만섭을 연기한다. 지난해 별세한 힌츠페터가 2003년 송건호 언론상을 받을 당시 수상소감으로 언급한 택시운전사 김사복씨와의 일화에서 시작된 영화다.
송강호는 광주민중항쟁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다. 그는 “아침 라디오방송에서 ‘광주의 폭도들을 진압했다’는 뉴스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드디어 진압이 됐다니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왜곡된 보도와 통제로 인해 눈과 귀가 막혔던 시대였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송강호는 “그분들의 고통과 비극을 깊게 알 수는 없겠지만 이 영화가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 덜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도 바랐다.
김사복씨는 생전 힌츠페터 기자가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끝내 다시 찾지 못해 익명의 존재로 남았다. 이름도 실명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송강호는 “그분도 (광주에서) 두려움을 느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인간적 감정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극중 김만섭은 택시기사의 도리든, 인간적 도리든,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영화 ‘변호인’과 ‘밀정’에 이어 ‘택시운전사’에서도 한국 근현대사의 한복판에 섰다. 그는 “광주의 아픔을 그리지만 꼭 슬프게만 묘사하고 싶진 않았다”며 “비극 속에서도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놓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분들이 품고 있던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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