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가 1980년 5월의 광주를 따뜻하게 그려냈다.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택시운전사’ 언론시사회에는 장훈 감독, 배우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등이 참석했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앞서 ‘고지전’ 등을 통해 한국 근대사에 대해 자신만의 시선을 보여줬던 장훈 감독이 이번에도 실화와 픽션의 균형을 맞춰 영화화했다. 장훈 감독은 “힌츠페터 기자의 실화를 베이스로 극화해서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처음에는 기자 이름을 직접 사용하지 않았는데, 처음 영화화하기 위해 힌츠페터 기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야기를 해보니 진짜 이름을 써도 되겠더라. 그의 여정은 최대한 담으려고 했다”라며 “다만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인 만섭이라는 인물과 광주에서 만난 황 기사와 대학생 구재식은 창조한 인물이다”고 밝혔다.
이어 군인들에 의해 폭행당하는 시민들의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담은 것에 대해서 장훈 감독은 “연출자로서 한국 현대사에 비극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다루는 것 자체가 죄송스럽고 부담스러웠다. 그렇다고 아예 안 보여줄 수는 없고 정확히 보여야 할 부분은 보여야 한다는 판단 아래 모습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를 거의 단독으로 이끄는 인물은 서울 택시운전사 김만섭 역할을 맡은 송강호로, 힌츠페터 기자를 데리고 광주에 가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장훈 감독은 “김만섭은 처음에 보통 사람이다. 관객들은 그가 광주의 상황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 어떤 생각을 하게 되고 심리적인 변화를 느끼게 될 것인가 생각하면서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만섭을 송강호는 슬프게만 그리지 않았다. 송강호는 “비극을 슬프게만 묘사할 필요는 없다. 사실 자체를 그리기보다는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표현 방법을 관객들에게 희망적이고 진취적인 느낌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극중 정 많은 광주 택시운전사 황태술 역을 맡은 유해진은 “이 작품에서 이 역할을 누가 되지 않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꿈 많은 광주 대학생 구재식 역을 맡은 류준열은 “시대극 중 중요한 부분은 고증이다. 외적인 모습과 내적인 모습 모두 집중했다. 실제 내가 그 시절의 광주 학생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이야기 했다.
특히 이 영화에는 헨츠피터라는 독일 기자가 등장해 광주의 상황을 외부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 ‘피아니스트’로도 한국 관객에게 사랑 받았던 할리우드 배우이자 실제 독일인인 토마스 크레취만이 이 역할을 맡아 지난해 송강호-유해진-류준열과 호흡을 맞췄다.
유해진은 “내가 그와 소통을 하기 위해서 크게 한 것은 없다. 바디랭귀지로 했다. 본받을 게 많았다. 낯선 상황이라 힘들었을 텐데 잘 적응하셨다”고 말했고, 류준열은 “할리우드 영화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는데 해소할 수 있었다. 내가 막내였는데 막내보다 더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분위기를 띄우셨다.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택시운전사’는 내달 3일 개봉한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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