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서 귀국 하자마자 野 대표 찾아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 협조 요청
홍준표, 심사 거부 기존 입장 고수
이혜훈 “당원 설득 명분 있어야”
주요 20개국(G20) 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했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귀국 직후 여장도 풀지 못한 채 여의도로 달려갔지만 국회 파행 때문에 헛걸음만 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부탁하려고 야당 대표들을 찾았지만 ‘정부 탓’이라는 타박만 듣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수행한 김 부총리는 10일 오전 귀국하자마자 여의도로 곧장 이동했다. 최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를 만나 추경안 처리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추경안은 지난달 7일 국회에 제출됐지만 장관 임명 강행과 국민의 당 제보조작 사건 탓에 여야간 대결이 장기화하면서 한 달이 넘도록 제대로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5년 추경안이 18일, 지난해 추경안이 38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비해 처리 속도가 너무 늦다.
이날 김 부총리는 여야 간 깊은 갈등의 골을 실감하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김 부총리는 이 대표를 찾아 “추경이 (국회에 온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이라며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원래 추경안을 심의하는 것이 당의 방침이었지만 (대통령이) 김상곤 교육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됐다”며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해야 (추경 심사)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이 대표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야당이) 다시 심의하기를 바란다면 우리당 의원들을 설득할 명분을 정부ㆍ여당이 내놓을 차례”라고 여권에 공을 넘겼다.
이어 김 부총리는 홍 대표를 비공개로 만나 일자리 추경 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공무원 증원을 반대하며 추경 심사 자체를 거부한 한국당의 입장을 돌려 세우지는 못했다.
김 부총리는 직접 추경안 제안 설명을 위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도 출석했다. 그러나 이날 예결위는 야3당(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불참으로 추경안을 상정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예결위(정원 50명)는 더불어민주당 20명, 한국당 18명, 국민의당 7명, 바른정당 3명, 비교섭단체(정의당 및 무소속)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추경안 상정에는 위원 5분의 1만 동의하면 가능하지만, 추경안을 예산안조정소위에 넘기려면 과반수 찬성이 필요해 야당의 협조가 필수다.
사상 초유의 청년 실업 등에 대응하기 위한 2017년 일자리 추경안 규모는 총 11조2,000억원이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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