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간 의료봉사의 길을 걸어온 구순(九旬)의 현역 의사 한원주(91) 매그너스 재활요양병원 내과 과장이 올해 성천상을 받는다.
JW중외제약의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은 평생 소외계층의 몸과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데 헌신한 한 과장을 제5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10일 발표했다. 한 과장은 국내 현직 여의사 중 최고령이다. 그는 “내가 가진 것을 나누기 위해 의사로서 소임을 다했을 뿐인데, 뜻하지 않게 영예로운 상을 받게 됐다”며 “앞으로의 여생도 노인 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현역 의사로서 그들 곁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1949년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고려대 의대 전신)를 졸업하고 개인병원을 운영하던 한 과장은 1979년 병원을 정리하고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 부설 의료선교의원 원장에 취임해 도시의 영세민과 노숙자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1982년엔 원내에 ‘전인(全人)치유진료소’를 개설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환자의 정서나 환경까지 치료의 영역에 포함했다. 이곳의 치료 효과가 알려지면서 국내외 기독교 및 사회복지 단체들의 후원이 이어졌고, 한 과장은 이를 환자들이 자립하는데 필요한 생활비나 장학금으로 지원했다.
82세 때인 2008년 은퇴한 뒤 한 과장은 매그너스 재활요양병원으로 옮겨와 다시 청진기를 들었다. 여기선 노인 환자들과 함께 ‘청록회’를 조직해 건강강좌는 물론 노래교실 등 친목활동을 펼치며 환자들의 벗을 자처하고 있다. 이성낙(가천의대 명예총장) 성천상위원회 위원장은 “개인의 영달을 뒤로 한 채 이웃이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인술을 베풀어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성천상은 JW중외제약의 창업자인 고(故)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을 기려 음지에서 헌신적인 의료봉사 활동을 통해 의료복지 증진에 기여한 참 의료인을 발굴하기 위해 2013년 제정됐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억원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다음달 1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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