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모, 파출부가 아니라 ‘가사노동자’입니다.”
20년 가까이 가사관리사와 산후관리사, 베이비시터 등 가사노동자(Domestic Workers) 권익 보호를 위해 힘써온 최영미(55)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
가사노동자 인권 지킴이로 일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서울시 여성상 대상을 받은 그는 “1997년 외환위기로 남성실직이 크게 늘자 주부들이 사회로 나왔고, 이후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며 가사노동 수요가 증가했다”며 가사노동자 출현 이유를 분석했다.
가사노동 수요가 크게 늘어날 당시 전국실업단체연대에서 실업자 상담과 실직여성 교육 사업을 펼쳤던 최 대표는 자연스레 여성 일자리로 가사 노동을 주목했다. 하지만 그때만해도 집안일은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하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졌다. 가사노동자라는 용어조차 2011년 국제노동기구(ILO)에서부터 처음 쓰기 시작했을 정도다.
최 대표는 "직업소개소나 주변 인맥으로 일을 구하면 구직자나 구인자가 믿을 수 있을까 문제의식이 생겼다"며 "가사노동자들이 모여 회의 하고, 임원 뽑고, 규정도 만들고 우리끼리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2004년 돌봄서비스도 하나의 전문적인 일자리로 자리잡도록 하기 위한 브랜드로 ‘우렁각시’ 사업을 펼쳤다. 2012년에는 전국에 13개 지부를 두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가사노동자협회가 출범됐다. 협회에는 1,000명 정도의 가사노동자가 소속돼 있다.
조직을 꾸리게 된 것은 무엇보다 가사노동이 대표적인 ‘그림자 노동’이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11조가 가사 노동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해 3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국내 가사노동자가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가사노동자들은 개별 가정과 노동조건이나 처우에 대한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지 않기 때문에 고용 불안정성과 저임금에도 시달려왔다. 최 대표와 가사노동자들은 법 제정 운동에 매달려왔다. 그리고 그 숙원이 결실을 맺어 지난달 고용노동부는 이른바 ‘가사도우미 특별법’을 입법예고했다. 정부가 가사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기관을 육성해 4대 보험 등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준다는 게 뼈대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은 가사노동자 보호의 물꼬를 트는 법이라는 게 그의 설명했다. 최 대표는 “여전히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을 구하는 대부분의 가사노동자나 외국인노동자는 이 법의 수혜를 받기 어렵다”며 “가사노동자의 고충상담과 교육을 담당하는 가사노동자인권센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가사노동자 인권을 지키는 첫걸음으로 “가사노동자는 스스로 부끄러운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직업윤리를 갖고 일해야 하고, 사용자도 우리 집 일하는 아줌마가 아니라 직업인으로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