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9연승 중3 장기천재
일거수일투족 팬들 뜨거운 관심
미성년자 노동문제 잇단 문의에
“개인사업주로 불법노동 아니다”
일본에서 지난달 중학교 3학년 ‘천재기사’ 후지이 소타(藤井聰太ㆍ14)가 29연승을 달성하며 30년 만에 장기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화제를 뿌려 일본 열도가 그야말로 ‘후지이 열풍’이다. 특히 그가 어리다는 점에서 중학생의 야간 대국이나 학업과의 영향, 미성년자의 심야 근로제한 이슈가 관심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형 광고회사 덴쓰의 24세 신입사원이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선 장시간 노동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최연소 프로기사가 된 후지이는 이후 공식 대국에서 한 번도 지지 않고, 29연승을 기록했다. 지난 2일 30연승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종전 최다연승은 가미야 히로시 8단이 1987년에 세운 28연승이었다. 29연승을 달성한 6월 26일의 대국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9시24분에야 끝났다. 후지이는 “나 자신도 정말 믿기어지지 않는다”며 소감을 밝힌 뒤 오후 10시30분이 돼서야 도쿄(東京)장기회관을 떠났다. 지난달 15일 오사카(大阪) 대국은 밤 10시53분에 승부가 났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일본 노동기준법상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의 노동은 만 18세가 안되는 경우 원칙상 금지돼 있다. ‘만 15세가 된 날 이후부터 처음 오는 3월 31일이 끝날 때까지’는 원칙적으로 노동을 시켜선 안 된다. 다만 적용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고용돼 있는 ‘노동자’에 한하며, ‘개인사업주’는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후생노동성은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받고 일하는지, 일한 시간에 대해 보수를 받고 있는지 등이 노동자인지 아닌지의 판단 기준이 된다”고 설명한다.
장기팬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일본장기연맹은 “기사들은 연맹과 고용계약을 하지 않아 개인사업주에 해당한다”며 “노동시간의 제약은 특별히 없고 기사 자신의 의사로 대국을 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때문에 대국이 심야로 이어져도 불법노동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어린이의 야간노동에 대해선 일본 연예계에서 자주 논쟁이 돼 왔다. 1981년 14세의 나이로 데뷔한 가수 이토 쓰카사가 밤 9시부터 생방송 음악프로 출연을 보류한 사례가 유명하다. 이로 인해 당시 방송 스튜디오에선 본인 대신 실물 크기의 전신판넬이 등장한 적도 있다.
일본장기연맹은 팬들의 성화에 “후지이 4단의 학업을 배려해 대국을 최대한 휴일에 치르겠다”고 밝혔다. 후지이가 다니는 나고야대학부속중학교 측에 따르면 대국이 평일에 있을 경우 수업은 결석하며, 중간고사 기간이던 지난달 15일 대국으로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후지이는 수업시간에 대국 때처럼 집중하려고 상체를 앞으로 쑥 내밀고 듣는다고 한다. 학교 측은 그가 대국 다음날에도 결코 조는 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일본 프로기사의 수입은 4단의 경우 한달 15만엔(150만원) 수준이며, 기전마다 대국료가 차등 지급된다. 후지이의 월수입은 50만엔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