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3년차 접어들었지만
매각 안 된 부지들 우범지대화
지구대 10분ㆍ소방센터도 6㎞
주민들 “치안ㆍ화재사고 불안감”
“경찰 지구대, 소방서 한 곳 없는 신도시가 말이 됩니까. 밤이 되면 밖에 나오기가 겁날 정도예요.”
8일 저녁 어둑어둑 해가 질 무렵 경기 양주신도시 내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주부 권모(58)씨는 불안함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인근 ‘옥정중앙공원’에서 만난 회사원 김모(33)씨는 “도심 곳곳에 방치된 빈터가 우범지대화 돼 밤 시간이면 가족들의 귀가부터 챙긴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양주신도시는 이른 저녁 시간대임에도 인적이 거의 없었다. 버스에서 내린 시민들은 발걸음을 옮기기에 바빴다. 드문드문 불이 켜진 아파트 주변으로 잡풀이 무성한 나대지가 넓게 펼쳐져 있었고 컨테이너와 건축 자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곳도 쉽게 눈에 띄었다.
첫 삽을 뜬지 10년(2008년), 입주 3년 차를 맞은 양주신도시는 ‘제2기 명품 신도시’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적막감 속에 을씨년스러웠다.
사업성 문제로 공동주택부지 매각이 늦어져 도심 대부분이 허허벌판으로 남은 데다 경찰 지구대 등 기반시설 설치까지 지연돼 주민들이 치안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기반시설은 갖추지도 않고 아파트만 덩그러니 지어 일반에 분양한 탓이다.
양주시와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2014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양주신도시는 6월 말 5,900여 가구 1만5,100여명이 거주 중이며, 연말까지 3,900여가구 1만여명이 추가 입주할 예정이다.
그러나 입주민이 느는 외형과 달리 아파트 부지 39곳 중 29곳이 여전히 나대지로 남아 있다. 도심 곳곳이 범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경찰지구대, 소방센터 등 기반 시설까지 전무하다 보니, 주민들의 치안과 화재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현재 양주신도시에서 발생하는 하루 20여건의 112신고는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회천지구대에서 맡아 처리하고 있다. 긴급한 범죄 신고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서 건립도 시급한 문제다. 양주신도시는 양주소방서 본서와 15.5㎞, 고읍119센터와 5.9㎞ 떨어져 있다. 화재 진압의 골든타임이 5~10분인 점을 감안할 때 먼 거리다.
양주경찰서와 양주소방서는 지난해 옥정파출소와 119안전센터 건립을 추진했지만 시급성, 예산, 인력문제 등으로 반영되지 못했다. 신도시에 확보된 병원부지(5만5,000㎡)도 수년째 매각이 안 돼 응급실 딸린 병원도 없는 실정이다.
LH 관계자는 “공사 기간까지 더하면 경찰 지구대, 소방센터 설치는 당장 시급한 문제”라며 “관할 당국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주 옥정ㆍ율정ㆍ고암동 일대 1118만㎡ 규모로 조성중인 양주신도시(옥정ㆍ회천지구)는 공동주택 총 5만8,000여 가구에 수용인구는 15만명으로 계획돼 있다.
이종구 기자 minjun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