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아동 햄버거병 소식에
“지금 누가 먹이고 싶겠나”
부모들 인과관계 떠나 불안
“먹고 아프다” 제보도 잇달아
검찰, 맥도날드 고소 하루 만에
가습기살균제 팀에 수사 배당
발병 원인 등 규명은 첩첩산중
햄버거가 엄마들의 공분과 공포 대상이 되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패스트푸드인 햄버거가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일명 ‘햄버거병’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평생 투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피해아동 가족의 안타까운 소식(본보 6일자 12면)이 알려지자 내 아이의 안전에 신경이 곤두선 것이다. 햄버거 포비아(공포증) 조짐까지 보이지만 인과관계 규명은 첩첩산중이다.
검찰은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관련 고소 건을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특별수사를 맡았던 형사2부(부장 이철희)에 배당하고, 이 부장검사를 주임검사로 지정했다. 4세 때 덜 익힌 고기 패티가 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HUS에 걸렸다며 A양 가족이 한국맥도날드를 검찰에 고소한 지 하루만이다. 그만큼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7일 검찰에 따르면 형사2부로 배당이 되자마자 “햄버거를 먹고 아프다”는 식의 피해자들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검찰은 해외 사례를 검토하는 등 기초조사에 착수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소비자보호원 등 관계기관의 협조도 검토 중이다.
먹거리 불신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뜨겁지만 수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지난해 국민적 성원과 환경부 조사 결과를 받아 수사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달리 기초조사가 부족하다. 맥도날드 측의 악의가 있거나 구조적인 문제로 보기 쉽지 않은 점도 걸린다. 또 현재까지 드러난 피해자 사례가 적다.
특히 햄버거에 들어가는 덜 익은 고기 패티가 실제 발병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 외에 다른 햄버거 구성물들이 HUS와 무관한지 여부도 밝혀야 하는 등 인과관계 입증에 상당한 시간과 수사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자칫 1989년 삼양라면 우지 파동이나 2004년 쓰레기만두 사건처럼 해당 기업에 책임이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날 경우 미칠 부작용 여파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라 검찰 입장에선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엄마들은 햄버거 기피로 자구책에 나선 모양새다. 8세와 4세 아이 둘을 키우는 직장인 이진영(39)씨는 “문제가 된 회사에서 아이들 건강에 문제 없다는 내용의 광고를 한 적도 있어서 이때까지 별 의심 없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아이들에게) 햄버거를 사줬다”면서 “이번에 뉴스를 보면서 내 아이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앞으로는 함부로 햄버거를 못 먹일 것 같다”고 했다. 임신 9주 차에 접어든 이모(28)씨 역시 “햄버거병 이야기를 들은 뒤 혹시 태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덜컥 겁이나 적어도 임신기간 동안에라도 완전히 끊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이날 서울 관악구 동작구 성동구 일대 햄버거가게에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한 마트에서 만난 주부 심모(35)씨는 “아이 엄마라면 지금 누구도 햄버거를 먹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섯 살 아들에게 비빔밥을 먹였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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