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스몰 마켓’ 팀이다. 가장 큰 시장인 서울을 연고로 두고, 국내 최초 돔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지만 잠실구장의 ‘한 지붕 두 가족’ 두산, LG와 팀 사정은 비교할게 못 된다.
선수 면면이나 팀 연봉 총액을 볼 때 두산, LG에 비해 넥센은 한참 뒤처진다. 넥센은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집계한 2017 선수단 연봉 총액(신인ㆍ외국인 제외) 52억8,700만원으로 9위다. 10위는 38억9,400만원의 kt. 평균연봉은 9,613만원으로 kt(7,347만원)와 함께 1억원에 못 미친다. 언제나 그렇듯 넥센은 시즌 개막 전 꼴찌 후보로 분류됐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두산은 압도적인 1강, 자유계약선수(FA) 투수 최고액인 95억원을 주고 차우찬을 영입한 LG는 두산을 위협할 후보로 꼽혔다. 연봉 총액은 두산이 69억2,200만원(평균 1억4,728만원), LG가 67억4,100만원(평균 1억2,719만원)을 찍었다.
하지만 시즌 전반기 종료를 앞둔 7일 현재 팀 순위는 연봉 순이 아니었다.
10개 팀 가운데 가장 낮은 7.1년의 평균 연차 선수를 구성한 넥센은 이날 대구에서 삼성을 9-2로 꺾고 6연승을 달렸다. 시즌 성적 43승1무37패로 4위. 그 뒤를 두산(40승1무37패), LG(38승1무38패)가 5위와 6위로 뒤따르고 있다.
넥센의 선전은 2016년보다 더 놀랍다.
지난 시즌까지 넥센을 강 팀 반열에 올려놓은 염경엽 감독(현 SK 단장)이 물러나고 ‘초보 사령탑’ 장정석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다. 또 외부 영입으로 인한 전력 보강도 없었던 데다가 외국인 선수 복도 없었다. 그러나 박병호(미네소타), 강정호(피츠버그)를 키워낸 육성 시스템을 바탕으로 올해도 어김없이 외야수 이정후(19), 투수 최원태(20) 등이 혜성처럼 나타나 활력을 불어넣었다. 3년차 내야수 김웅빈(21)은 “또래 선수들이 기회를 받고 잘하는 모습을 보니까 동기부여가 더 잘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넥센은 7일 미래를 내다보고 kt와 1대2 트레이드를 했다. 내야수 윤석민(32)을 kt에 내주고, 두 명의 왼손 투수 정대현(26)과 서의태(20)를 데려왔다. 고형욱 넥센 단장은 “두 선수 모두 좋은 투수로서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구단의 육성 시스템을 통해 가다듬는다면 팀에 큰 도움을 주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우완 투수에 비해 부족했던 좌완 투수를 두 명이나 영입해 투수진의 좌우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됐고, 원활한 투수 운용도 가능해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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