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체제 보장 등 평화 5대 원칙
이산가족 상봉 등 4대 제안
“여건되면 김정은과 만날 용의”
현안 논의 남북정상회담 제안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 참석차 방문한 독일에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했다. 역대 정부에서 평화체제를 강조한 경우는 있었지만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 추진을 공식 선언한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핵 문제와 평화협정을 포함한 모든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정상회담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구시청에서 열린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한반도의 냉전구조 해체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5대 원칙으로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정상선언 계승을 통한 평화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신 경제지도 구상 ▦정치ㆍ군사적 상황과 분리한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 추진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구상을 실천하기 위해 북한에 교류 재개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당장 남북간에 추진할 현안으로 ▦10ㆍ4 정상선언 10주년이자 추석에 맞춰 이산가족 상봉 및 성묘 방문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단 ▦남북대화 재개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 “핵 문제와 평화협정을 포함해 남북한의 모든 관심사를 대화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할 수 있다”고 북한의 결단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초반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을 소개하고, “베를린 선언은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남과 북이 화해와 협력의 길로 들어서는 대전환을 이끌어냈다”며 “그 뒤를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ㆍ번영을 위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연설 장소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한반도 평화구상이 우리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담대한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신(新) 베를린 선언’임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도전은 북핵 문제”라며 “북한은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며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선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말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군사적 긴장의 악순환이 한계점에 이른 지금, 대화의 필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며 “바로 지금이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고 가장 좋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올바른 여건만 형성된다면,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언제든 대화의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도 재차 확인됐다”면서 “그러나 만일 북한이 핵 도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북한이 하루 빨리 대화의 장에 나올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베를린=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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