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피터 갤리슨 지음ㆍ김재영, 이희은 옮김
동아시아 발행ㆍ484쪽ㆍ2만5,000원
미국의 과학사학자 피터 갤리슨은 어느 날 북유럽 기차역에 걸린 시계들이 초 단위까지 맞아 떨어지는 것을 보고 1905년 기차역에서 시계를 보고 있었을 아인슈타인의 모습을 떠올린다. 1905년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발표된 해다. 당시 유럽 식민지 제국들의 가장 예민한 이슈는 지역마다 다른 시간과 지도를 통일하는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는 19세기 말~ 20세기 초로 독자를 데려간다. 런던 그리니치천문대(현재 케임브리지로 이전)의 자오선이 지구 경도의 원점, 즉 세계 시간의 기준으로 채용된 것은 1884년. 철도, 전신 기술의 도입과 발달, 무선 통신의 확산, 식민지 제국의 확장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때라 프랑스와 영국은 자국에 본초자오선을 위치시키기 위해 설전을 벌였다. 이때 활동한 또 한 명의 천재 물리학자 앙리 푸앵카레는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규약이라고 주장하는 ‘시간 동기화 개념’을 내놔, 시간에 대한 오랜 믿음을 뒤흔들었다. 책은 두 천재의 업적에 더해 경도 탐색과정에서 지도제작자들이 겪은 어려움, 전신신호를 이용한 시계 동기화와 세계지도 제작과정을 골고루 조명함으로써, 추상적 개념인 시간이 어떻게 지상 위에서 자리를 트는지를 보여준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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