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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공부 갈증 풀어주는 ‘한글배달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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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공부 갈증 풀어주는 ‘한글배달교실’

입력
2017.07.0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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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임동초교 등서 현장학습

안동지역 어르신들이 지난 4일 임동초등학교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다. 안동시 제공.
안동지역 어르신들이 지난 4일 임동초등학교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다. 안동시 제공.

학생들의 등교가 끝난 지난 4일 오전 10시 경북 안동시 임동면 임동초등학교 교정에 노란색 스쿨버스 한 대가 들어왔다. 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은 임동면 중평리 ‘한글배달교실’ 늦깎이 학생들로 백발의 70~80대 어르신들이었다.

3개월 전부터 경로당에서 한글을 공부해오던 어르신들이 이날 첫 학교 현장 체험학습에 나선 것이다. 손꼽아 이날을 기다린 만큼 ‘백발 소녀’들의 얼굴엔 미소와 함께 긴장감도 흘렀다.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 여자들은 다닐 수 없는 곳으로 생각했던 초등학교에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늦깎이 초등생 할머니 16명은 1학년 교실에서 손주 뻘인 햇병아리 4명과 두 시간 동안 수업을 했다. “학교에 처음 와보신 분은 손들어 보세요”라는 정소리(26. 여) 선생님의 질문에 16명 모두 쑥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슬쩍 들어올린다.

이들은 한글 받침의 용법 등 국어 기초교육을 받았다.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은 급식실로 이동해 식판에 음식을 받아서 점심식사를 했다. 이어 기념사진을 찍은 후 경로당으로 가는 스쿨버스에 다시 올랐다. 김옥남(83)할머니는 “평생 학교에 가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손주 같은 아이들과 함께 공부해보니 너무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 ‘선생님’ ‘학생’의 호칭을 쓰는 게 얼마나 가슴을 설레게 하는지 모르겠다. 황혼에 갖는 배움의 기회가 정말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번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은 의무교육을 받지 못해 배움이 한이 된 어르신들의 응어리를 풀어주기 위해 안동시가 마련한 것이다.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씩 국어와 수학 미술 음악 등을 배운다. 교육과정은 3년이며 교육장소는 마을 경로당이다. 안동시에서 양성한 강사가 현장을 찾아 교육한다. 한글배달교실 현장 체험학습은 풍산초등학교를 비롯해 온혜, 월곡, 와룡 등 10개 학교에서 진행됐다.

안동시는 2005년부터 비문해자에게 한글교육을 하고 있으나 서울의 2.5배에 달할 정도로 지역이 넓어 면 단위 비문해자들은 교육 혜택을 받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안동시는 농촌지역 비문해자를 위한 찾아가는 한글교육 프로그램을 2014년 만들었다. 현재 풍산읍 등 10개면에서 200여 명의 늦깎이 학생들이 한글배달교실의 혜택을 보고 있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한글배달교실 어르신들의 건강을 돌봐드리기 위해 방문의료도 제공할 예정”이라며 “어르신들이 행복하고 보람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문해교육에 대한 지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정식기자 kwonjs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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