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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배우고 싶다던 한국 고속철 해외수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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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배우고 싶다던 한국 고속철 해외수주 ‘0’

입력
2017.07.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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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세계 고속철도 시장 최강자

한국 고속철 국산화 성공에

원자바오 총리 기술이전 요청

관련사 통폐합 ‘규모의 경제’와

수출 전략 산업으로 육성 결실

*韓, 해외시장에서 존재감 없어

철도시설공단 56개 해외사업 중

고속철 건설 수주 단 1건도 없어

“운영ㆍ시설 ‘상하 분리’ 경영이 한국 고속철 경쟁력 약화 원인”

중국 고속철.
중국 고속철.

지난 2008년 9월 베이징에서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가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만났을 때 원 총리가 집요하게 요청한 사안이 있었다. 바로 고속철도 기술 이전이다. 우리나라가 프랑스 알스톰사의 기술을 바탕으로 고속철 국산화에 막 성공한 때였다. 중국은 기후와 환경이 유사한 한국의 고속철 기술을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기술 이전은 성사되지 않았다.

9년이 지난 2017년 중국은 세계 고속철도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섰다. 중국은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고속철의 65%를 차지하는 2만1,000㎞의 노선을 시공했다. 철도 차량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30%를 넘어섰다. 최고 시속 486㎞에 이르는 차량 제작 기술력과 세계 최장 노선 시공 경험,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저렴한 건설비용 등이 중국 고속철의 강점이다. 중국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148억8,000만위안(약 2조5,000억원)에 이르는 물량을 수주하는 등 이미 전 세계 102개 국가와 고속철 수출 계약을 맺었다.

반면 중국이 부러워했던 우리나라의 해외 고속철도 사업 수주는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철도시설공단은 2005년 이후 56개 해외 사업에서 총 1,077억원을 수주했다. 그러나 이는 컨설팅 자문과 실시설계, 시공감리에 대한 것이었다. 대규모 고속철도 건설사업 수주는 단 1건도 없다. 코레일도 같은 기간 50개 해외 사업에서 총 580억원을 수주했지만 역시 컨설팅 자문과 중고 차량 수출 등에 그쳤다. 현대로템도 고속철 차량의 수출은 전무하다. 올해 230조원 규모의 세계 철도 시장에서 한국은 존재감도 없다.

이러한 차이는 여러 원인들이 합쳐진 결과다. 우선 중국이 고속철을 수출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한 게 주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해외 순방마다 중국 고속철을 수출하기 위해 세일즈맨을 자처할 정도다. 특히 중국은 각 지역별로 나뉘어져 있던 고속철 관련 회사들을 통폐합해 규모의 경제도 달성했다.

전문가들도 철도의 운영과 시설을 분리해 경영하는 ‘철도산업 상하 분리’가 우리 고속철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2004년 철로 위 열차 운영 등은 코레일이 맡고, 철로를 비롯한 기반시설 건설과 유지 관리는 철도시설공단이 맡는 ‘상하 분리’ 체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국제철도연맹(UIC)에 따르면 세계 철도 회원국 80개국 중 61개국이 철도 운영과 시설을 통합한 체계다. 한 때 상하 분리를 한 프랑스도 2015년 공공철도그룹으로 철도 운영과 시설 분야를 통합했다. 중국도 정부조직인 철도부를 폐지하고 산하 18개 지방철도국을 중국철도청공사(CR)에 귀속시켜 철도운영, 유지보수, 건설계획, 예산배정 등 철도 시설관리와 운송업무를 하나로 묶었다.

세계 각국이 철도 운영ㆍ시설의 통합형 철도로 전환하고 있는 이유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선로와 역사, 차량기지 등을 건설할 때 철도 운영을 감안한 설계와 시공계획 등이 수립돼야 하는데 분리형 철도는 이 같은 통합대응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민재형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건설 역량과 차량 제조 기술력, 운영 능력 등을 모두 갖추고 있는데도 ‘상하 분리’로 경쟁력이 떨어지며 국부창출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철도연맹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철도 시장 규모는 61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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