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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아니다” 북한 도발에 손 놓고 사드에 집착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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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아니다” 북한 도발에 손 놓고 사드에 집착하는 중국

입력
2017.07.0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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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푸틴과 회담 공동성명

“대화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 방안”

언론에선 北 발사 의미 애써 축소

“한미 사드 배치에 영향 줄라”

자국 안보이익 확보에만 촉각

대북 석유공급도 중단 안할 듯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에 성공하면서 중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자국의 체제 안정과 미국과의 경쟁만을 의식해 한반도 위기와 세계 평화를 뒤흔드는 북한의 도발에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하지만 중국은 이 와중에도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사드 배치가 탄력받을 가능성만 우려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ICBM을 시험 발사한 4일에도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고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직후 내놓은 공동성명에서 “대화와 협의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하고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못 박았다. 북한을 겨냥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지만, 실제 무게는 쌍궤병행(雙軌竝行ㆍ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체제 구축 병행추진)과 쌍중단(雙中斷ㆍ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중단)에 있었다. 북한의 일상적인 탄도미사일 도발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이다.

이는 중국이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북한의 ICBM 보유가 기정사실로 인정될 경우 자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질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이번 도발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에 참석해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을 강조하겠다”고만 밝혔다. 전날 관련 질문에 대해 “신중히 분석하고 있다”고 판단을 유보한 데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았다. 관영 환구시보는 “사거리가 향상됐지만 로켓 엔진의 연결 기술과 정확한 기폭 기술 등을 해결하지 못한 만큼 ICBM으로 볼 수 없다”는 양자과학 국방 수석과학자 양청쥔(楊承軍)의 주장을 게재했다. 다른 중국 미사일 전문가도 “미사일 자체와 발사시험이 원시적인 단계”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특히 이 와중에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엄중한 인식보다는 사드 논란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더 주목하는 등 자국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매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진창이(金强一) 연변대 국제정치연구소 소장을 인용해 “북한의 미사일 시험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미국과 한국의 사드 배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이 갖는 무게감은 뒷전으로 밀어놓은 채 자국의 핵심안보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강변해온 주한미군 사드 배치 주장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에만 촉각을 곤두세운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북한의 ICBM 도발에 대해서도 특단의 대책 없이 흐지부지 넘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ICBM 도발에 대한 평가를 유보한 가운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목전에서 러시아와 의기투합해 대화ㆍ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한 것은 결국 중국의 최대 목표가 한반도 평화와는 무관하게 자국의 안보이익 확보에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북 지렛대가 약화했다고 볼멘소리를 해온 중국이 북중 접경지역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현재로선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이달 유엔 안보리 순회의장국이어서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제재 논의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ICBM 보유는 중국 입장에서도 사실상 ‘레드 라인’을 넘는 것이어서 내부적으로는 원유공급 중단을 포함한 초강경 대북조치 실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겠지만 이를 공론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을 의식해 북한의 현 체제를 가급적 흔들지 않으려 하겠지만 북한이 실질적인 핵 보유국에 가까워질수록 내부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대외적으로도 ‘중국 책임론’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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