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반도 전략자산ㆍ전술핵 배치 등
군사옵션 우선 순위 올릴 가능성
2. 北 체제ㆍ정권 보장 약속 철회
김정은 정권 붕괴 방안도 거론
3. 유엔ㆍ중국에 의존하는 대신
美가 직접 대북압박 주도할 수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으로 김정은 정권의 핵ㆍ미사일 도발에 대한 미국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냄에 따라 당장 미국의 ‘대북(對北) 방정식’이 바뀌게 됐다. 처음으로 미국 본토가 북한 핵 위협의 사정권에 놓였다는 상황 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2020년 재선을 이뤄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빨리 북한 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론적으로 현실화된 북한의 ICBM 위협 문제의 해결방법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북한 요구대로 타협하는 방법.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에는 장기적으로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드는 악수이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나면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 제공 의지를 의심하고 독자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동북아는 물론, 전세계적 핵 도미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ICBM 발사 성공을 공식 확인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백악관의 외교ㆍ안보장관 회의 등을 모두 마치고 4일(현지시간) 저녁 내놓은 성명에서 “더욱 강력한 조치로 ICBM 발사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북한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세계적 위협을 멈추도록 세계적인 행동이 요구된다”라며 “북한 노동자를 초청하거나 북 정권에 경제적ㆍ군사적 이익을 주거나 유엔 대북제재를 이행하지 못하는 국가는 위험한 정권(김정은 정권)을 돕고 방조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미국의 새로운 대북 정책은 기존 정책에서 설정했던 ‘레드 라인’을 넘어서는 것들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고, 김정은 정권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옵션에서 제외했던 카드를 새롭게 꺼내 드는 것이다. 크게 세 줄기로 구분하면 ▦배제됐던 군사옵션의 적절한 활용 ▦북한에 대한 체제ㆍ정권보장 약속 철회 ▦대북 압박에 대한 중국 의존정책 포기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정책 전환은 ‘군사옵션’ 우선 순위를 이전보다 끌어올리는 방안이다. 트럼프 정권은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로 이름 붙였지만, 새로운 대북 정책에서 군사적 옵션은 사실상 테이블 아래 내려놓았다. 그러나 북한이 ICBM 도발로 ‘금지선’을 넘은 만큼 상황은 달라졌다. 무력으로 위협하는 방법도 서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군 전략자산의 증강 혹은 한반도 상시 배치,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북한 ICBM의 요격 시도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군사옵션은 또다른 측면에서 북한을 힘들게 할 수 있다. 워싱턴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 때마다 전군에 비상령을 내리거나 유사한 훈련으로 맞서 왔다. 따라서 한미가 군사훈련 강도와 기간을 늘릴 경우 총체적 국력에서 열세인 북한은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큰 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체제ㆍ정권보장 약속을 철회하고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대북 정책의 목표로 삼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여론을 대변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자 사설에서 김정은 정권을 회유하기 위해 내건 정권유지ㆍ체제보장 약속의 철회를 촉구했다. 이 신문은 “북핵 동결 후 협상 같은 사기술보다는 현 상황에서 최선의 정책은 김정은 정권을 교체(레짐 체인지ㆍregime change)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내부에서 붕괴시키기 위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유통시키는 작전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엔과 중국에 외주ㆍ하청을 주는 대신 미국이 직접 대북 압박을 주도하는 방식으로의 전환도 예상된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앤서니 루지에로 연구원은 “러시아ㆍ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큰 효과를 내지 못하는 유엔 대신 미국이 직접 주도하는 대북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북한과 교역해온 중국 은행ㆍ기업을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으로 지정, 국제금융망에서 퇴출시키는 방안이 바로 추진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단지 북한을 좀더 압박하고 위협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북옵션을 갖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한반도 주변 군사력을 강화하고 북의 미사일 발사를 초기 저지하는 사이버 프로그램을 강화할 수는 있겠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인구 1,000만의 서울이 공격당하는 상황에서 선제타격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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