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남중국해의 파라셀 군도 등을 놓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지만 해군력은 중국에 비할 바가 안 된다. 3,250㎞에 이르는 해안선을 갖고 있으면서도 최영함처럼 대양작전을 전개할 수 있는 함정이 없어 남중국해 건너편까지 기동이 불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는 “군함을 얼마나 멀리까지 보내서 영향력을 발휘하느냐는 국력의 잣대이지만 베트남은 아직 미약한 수준”이라며 “우방국들의 군함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결점을 보완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미군 수송함과 일본 해상 자위대 호위함 2척이 깜라인만 깜라인항에 기항한 일이 대표적이다. 명분은 미국 주도의 다자 재난대응과 의료지원을 위한 ‘퍼시픽 파트너십’ 훈련이었지만, 양국 군함이 동시에 기항한 것은 이례적인 일. 두 나라 모두 베트남과 전쟁을 치렀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호주, 뉴질랜드 등의 군함도 베트남에 종종 닻을 내린다.
깜라인만에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인 스프래틀리 제도를 바로 앞에 두고 있는 해군 기지가 있다. 군함이 국제법상 자국 영토로 인정되고, 군함 기항으로 연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도 이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군 관계자들은 이 같은 기항 허용을 남중국해 군사기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연대로 분석한다.
이와 함께 베트남은 우방국들이 사용하던 퇴역함을 무상 양도 받는 방식으로 해군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미 해군이 하와이 기지에서 사용하던 군함 2척을 지난해 넘겨 받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한국 해군이 사용하던 1,200톤급 초계함 김천함을 양도받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30년간 해양수호 임무를 마치고 지난해 1월 퇴역한 군함으로, 앞으로 20년 정도 더 운용이 가능하다”며 “베트남이 해군 전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이 분야의 방산교류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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