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10년 만에 방한한 북한 주도의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의 공연은 ‘쇼’를 방불케 했다. ‘얌전한’ 세계태권도연맹(WTF) 태권도에 익숙해 있던 관중들은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태권도에 환호했다. 다소 과격한 ITF 태권도의 특성이기도 했지만 시범단에서만 볼 수 있는 더 특별한 태권도다.
시범단은 태권도에만 있는 일종의 민간 외교 사절단이다. WTF 시범단의 경우 2009년 창단해 유엔행사, 올림픽, 난민캠프 등 연간 10회 이상 80여개국 공연을 통해 글로벌 태권도 문화를 선도하는 전도사 역할을 해 왔다. 그래서 시범단원이 되는 건 국가대표가 되는 것만큼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 하며 자부심 또한 남다르다.
2014년부터 2년 간 WTF 시범단에 몸 담았던 김소희(25)씨가 최근 관심이 높아진 태권도 시범단 세계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우선 어떤 경로로 선발될까. 김씨는 “특기 지원과 오디션을 통한 두 가지가 있는데 특기는 정말 출중해야 하고, 실기 오디션 또한 태권도뿐 아니라 다재다능해야 뽑힐 수 있다”고 말했다. 태권도 공인 5단인 김씨는 용인대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4년 품새 특기로 지원해 합격했다. 공연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두 번 모여 연습을 하고, 공연이 임박했을 때는 수시로 만나며 필요에 따라 합숙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약 40명을 모집하는 시범단원에 뽑히지 않더라도 별도의 운동 시범단 소속으로 추가 인원이 활동한다. 시범단을 돕는 일종의 상비군 개념이다. 한 번 시범단에 들어가면 본인의 의지에 따라 계속 활동할 수 있지만 보통은 1,2년 정도 경험하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준다. 남녀 성비는 약 7대3이며 대부분 태권도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로 구성된다. WTF와 ITF 모두 시범단에는 외국인이 섞여 있다. 김씨는 “한국이나 북한 출신들이 주를 이루지만 세계 대표이기 때문에 각 국가마다 단원들이 있고, 보통 공연을 하러 가는 나라의 단원 일부가 합류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김씨의 첫 무대는 2015년 5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였다. 김씨는 “해외 무대에 나가면 그 나라 전통 춤을 공연에 가미한다. 여러 나라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떠올렸다.
‘시범’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객을 사로잡는 마력이다. 때문에 멋있어 보여야 하고 화려해야 한다. 무주에서 공연한 WTF 시범단은 가요와 한국 무용을 접목해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김씨는 “뮤지컬 연출가 출신의 안무 선생님이 따로 있다. 시범단원들은 기본적으로 운동을 오래 했기 때문에 춤에 소질이 없어도 금세 배운다”고 전했다.
무주에서 WTF와 ITF와 만남도 화제였다. 첼랴빈스크에서 첫 합동 공연에 나섰던 김씨는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다. 곁눈질로 서로 신기하게 쳐다 보는 정도”라고 웃었다. 김씨도 중학교 때까지는 겨루기를 하며 국가대표를 꿈꿨던 선수 출신이다.
수원의 한 태권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범으로 일하고 있는 김씨는 “시범단도 또 다른 국가대표라 생각한다. 태권도를 사랑하는 청년이라면 한번쯤 도전해볼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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