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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입력
2017.07.0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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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제라는 단어는 대선에서 쓰기에는 자못 껄끄럽다. 보수세력이 고려연방제를 들어 빨간 덧칠에 악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지방분권을 연방제 수준에 비유하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선 후 시도지사를 중심으로 하는 ‘제2 국무회의’를 만들겠다고 변함없는 지방분권 의지를 천명해 왔다.

이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왜 지방분권인지, 분명한 문제인식에서 출발하면 좋겠다.

켜켜이 시대적 난제가 쌓여있는 반면 우리 시스템은 낡고 병들었다. 중앙정치인들은 형님예산, 쪽지예산, 카톡예산 등 나눠먹기 식 예산배분에 혈안이 돼 있다. 중앙부처는 수천 가지 보조금과 위임사무로 지방정부를 길들이고 있다. 대기업은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순환출자 등으로 자기 배 채우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언론은 건전한 비판능력을 상실해 국민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근거 없는 애기라고 반박할지 몰라도, 최순실 국정농단에서 여실히 드러난 민낯이다. 문제는 이들 모두가 지방분권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문제를 풀 열쇠가 무엇일까? 먼저,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주권’을 부르짖듯, 지역차원에서도 ‘주민주권’을 회복해야 한다. 이게 연방제 수준 지방분권의 첫 단추이다. 주민주권은 실리 이전에 당위이다. 주민주권의 당위가 실리를 선물한다는 경험적 사례는 적지 않다.

둘째, 일하는 방법을 고쳐야 한다. 중앙정치, 중앙정부가 모든 일을 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사회혁신’을 말하는 것은 사회활력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 중앙정치 위주로 국가의 일을 도모하는 것은 한계에 이르렀다. 지방정부, 지역정치 그리고 민간 활력을 통해 국가 장래를 도모해야 한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재배분하고, 중앙정부가 도맡았던 기능을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일(기능)을 배분하면서 일과 함께 돈(재정)과 힘(권한)도 지방정부에 이양해야 한다. 또한 사무단위로 배분하는 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기능, 노인복지 기능, 초중고 교육 기능 등과 같이 기능별 일괄이양을 해야 한다.

셋째, 돈 쓰는 방법을 고쳐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용돈을 주는 방법이 좋은 예다. 성인이 된 자녀에게 용돈의 사용처를 일일이 정해 주고, 심지어 자녀가 긴요하게 쓰기 위해 저축한 돈까지 빼앗아 부모가 시킨 일을 하도록 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녀는 성년임에도 자신에게 절실한 취업, 학업, 그리고 연애 사업에 돈을 쓰지 못하고 부모의 ‘시킴’에 따를 수밖에 없다. 용돈의 비효율적 집행이다. 용돈의 효과 또한 절감된다. 자녀는 무능력자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이런 모습이다. 수천 개의 보조금사업으로 중앙정부는 부모가 자녀에게 용돈 나눠 주듯이 지방정부에 돈을 배분한다. 합리적 기준보다 힘에 의한 나눠먹기가 일쑤다. 힘깨나 쓰는 지역의 1.3㎞ 둘레길 조성에 약 100억 원을 쓴 보조사업도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행정체제를 고쳐야 한다. 여러 차례의 체제개편이 난항을 겪은 데서 보듯, 쉽게 달려들 것은 아니다. 먼저 과거 이명박 정부가 시도했던 ‘5+2 광역경제권’의 규모로 ‘광역정부조합’을 운영한다. 다음 단계에서 미국의 주와 같은 ‘지역연합정부’를 구축하면 연방정부 수준의 지방분권은 완성된다. 다만 행정체제 개편은 쉽게 접근하면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앞에서 제기한 일과 돈의 운영을 분권적으로 개혁해 지역주민이 지방분권의 실리를 맛보게 한다면 자연스럽게 시와 도를 통합한 ‘지역연합정부’ 구성은 가능하리라고 본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분권의지다. 지난 9년 간 보수정권이 보여온 미온적 지방분권정책으로는 언감생심이다.

소순창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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