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진입시 파괴 없이 비행해 목표 타격”
한미, 北 도발 대응 탄도미사일 훈련
文대통령이 전날 밤 지시… 트럼프 승인
북한이 4일 진행한 탄도미사일 ‘화성-14형’ 발사 시험을 통해 핵탄두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들이 제대로 적용됐음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이날 한미 양국 군은 북한을 상대로 경고용 탄도미사일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밤 연합 무력 시위를 지시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를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전날 화성-14형 발사와 관련해 “이번 시험 발사는 새로 개발한 대형 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켓의 전술ㆍ기술적 제원과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며, 특히 우리가 새로 개발한 탄소 복합재료로 만든 대륙간탄도로켓 전투부 첨두(탄두부)의 열견딤 특성과 구조 안정성을 비롯한 재돌입(재진입) 전투부의 모든 기술적 특성들을 최종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재돌입 시 전투부에 작용하는 수천도 고온과 가혹한 과부하 및 진동 조건에서도 전투부 첨두 내부 온도는 25~45도의 범위에서 안정하게 유지되고 핵탄두 폭발 조종 장치는 정상 동작하였으며, 전투부는 그 어떤 구조적 파괴도 없이 비행하여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통신은 “1계단 대출력 발동기(엔진)의 시동 및 차단 특성을 재확증하고 실제 비행조건에서 새로 개발된 비추진력이 훨씬 높은 2계단 발동기의 시동 및 차단 특성과 작업 특성들을 확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 설계한 계단 분리(단 분리) 체계의 동작 정확성과 믿음성을 검토하였으며, 전투부 분리 후 중간 구간에서 중량 전투부의 자세조종 특성을 재확증하고 최대의 가혹한 재돌입 환경 조건에서 말기 유도 특성과 구조 안정성을 확증했다”고도 했다. 또 “국방과학원 과학자·기술자들은 폭발적인 정신력과 기술 능력을 최대로 발휘함으로써 대형 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켓을 짧은 기간에 우리 식으로 새롭게 설계하고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ICBM 시험 발사를 앞두고 며칠간 미사일 조립 현장을 계속 찾아 과학자ㆍ기술자들을 격려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화성-14형 시험 발사 현장에서 모니터를 통해 ICBM의 비행 과정을 지켜본 김 위원장은 ‘완전 대성공’이라고 선언하고 시험발사에 참가한 과학자ㆍ기술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전략적 선택을 눈여겨보았을 미국놈들이 매우 불쾌해 했을 것”이라며 “독립절(미국 독립기념일)에 우리에게서 받은 ‘선물 보따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할 것 같은데 앞으로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들을 자주 보내주자”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미국의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4형 시험 발사까지 단번에 통쾌하게 성공함으로써 우리 당의 절대적인 권위를 결사옹위했다”며 만족을 표시하고,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선택한 핵 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화성-14형 시험 발사 참관에는 리병철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김락겸 전략군 사령관, 김정식ㆍ정승일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장창하 국방과학원 원장, 전일호, 유진ㆍ조용원 당 부부장 등이 함께했다.
한미 양국 군은 북한의 전날 ICBM 도발에 대응해 적 지휘부를 표적으로 한 탄도미사일 타격훈련을 벌이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한미 미사일 부대는 오늘 오전 7시 북한의 거듭되는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동해안에서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날 사격에는 한국군의 현무-2와 미 8군의 ATACM(에이태킴스) 지대지미사일을 동시 사격해 초탄 명중시킴으로써 유사시 적 지도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고 설명했다.
훈련에 동원된 현무-2A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사거리 300㎞ 탄도미사일이다.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전술지대지 미사일인 에이태킴스는 탄두에 수많은 자탄이 들어 있어 1발로 축구장 4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무기다. 사거리는 약 300㎞다.
이날 훈련은 문 대통령이 전날 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 시위’를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엄중한 도발에 우리가 성명으로만 대응할 상황이 아니며 우리의 확고한 미사일 연합대응태세를 북한에게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혔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의 지시 직후인 4일 오후 9시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통화해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문 대통령님의 단호한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공감한다”며 미사일 발사 계획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전날 오전 9시 40분쯤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화성-14형 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북한 측은 ICBM급인 미사일이 고도 2,802㎞까지 상승했고, 933㎞를 비행해 동해상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