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전선, 7ㆍ4공동성명 45주년 맞아
文 정부 상대로 외세의존 포기 촉구
한미 정상회담 뒤 공식기구 첫 성명
“숭미사대 안 바뀌면 달라질 것 없다”
북한이 7ㆍ4 남북 공동성명 발표 45주년을 맞아 4일 노동당 외곽기구를 통해 성명을 내어 “미국 상전에게 찾아가 추태를 부렸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맹비난하면서 국제사회에 의존하는 대북 정책을 포기할 것을 우리 정부에 거듭 촉구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공식기구가 발표한 첫 성명이다.
북한 노동당 외곽 대남기구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 중앙위원회는 이날 ‘자주ㆍ평화통일ㆍ민족대단결 3대 원칙을 틀어쥐고 자주통일의 전성기를 열어 나가자’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남조선에서 골백번 정권이 교체되고 누가 권력의 자리에 들어앉든 외세 의존 정책이 민족 우선 정책으로 바뀌지 않는 한, 숭미 사대의 구태가 민족 중시로 바뀌지 않는 한 기대할 것도, 달라질 것도 없다는 것이 오늘 우리가 다시 찾게 되는 심각한 교훈”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이 전했다.
성명에서 조국전선은 “우리 겨레는 외세 추종과 대미 굴종을 일삼은 매국 역적들을 결단코 용납하지 않았다”며 “이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고 촛불 민심이 넘겨준 권력을 제멋대로 남용하면서 친미 굴종의 행적부터 새기고 있는 남조선의 현 당국자는 자신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특히 조국전선은 “해결을 기다리는 천사만사를 제쳐두고 미국 상전에게 먼저 찾아가 위대한 한미 동맹이 자신의 뿌리이고 그것이 있어 오늘이 있다느니 뭐니 하며 온갖 추태를 다 부리다 못해 미국의 승인이 없이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느니 대화를 해도 미국의 승인 하에서 하겠다느니 하고 떠들어 되었으니 실로 개탄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며 문 대통령을 성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실명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북한 공식기구가 한미 정상회담 이후 관련 성명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다만 이런 비난 내용은 대내용 매체인 조선중앙방송과 노동신문에만 포함됐고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보도에는 담기지 않았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불만을 대외적으로는 표시하지 않는 수위 조절 차원인 것으로 짐작된다.
조국전선은 아울러 “평화적 통일의 근본적 원칙에 도전해 무모한 군사적 망동으로 조선반도(한반도)에 긴장 격화와 핵전쟁 위기를 몰아오는 책동에 단호한 철추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선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우리의 핵 폐기가 아니라 침략자 미제가 모든 살인 장비를 걷어가지고 제 소굴로 돌아가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면서 “평화통일의 첫걸음은 남조선 당국이 동족을 겨냥한 총부리를 내리고 우리의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에 화답해 나서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조국전선은 또 “민족대단결의 거족적 흐름을 가로막는 대결과 적대의 악폐를 단호히 청산하고 온 겨레의 단합된 힘으로 통일의 활로를 열어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민족을 중시하고 나라의 통일 문제 해결을 위해 과감하게 나선다면 그 누구와도 기꺼이 손잡고 나갈 것이지만 친미 사대와 동족 대결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역과 매국의 길로 가려는 자들과는 추호의 타협도 용서도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국전선이 중앙위 명의로 성명을 발표한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7ㆍ4 공동성명은 1972년 7월 4일 남북 당국이 국토 분단 이후 최초로 통일과 관련해 합의ㆍ발표한 공식 성명으로 자주ㆍ평화ㆍ민족대단결 등 3대 원칙이 뼈대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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