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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와 함께 디스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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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와 함께 디스코를

입력
2017.07.0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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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디스커버리는 900㎜ 깊이의 강도 거뜬히 건널 수 있다. 사진 재규어 랜드로버 제공
신형 디스커버리는 900㎜ 깊이의 강도 거뜬히 건널 수 있다. 사진 재규어 랜드로버 제공

랜드로버의 마지막 ‘각’이 사라졌다. 신형 디스커버리를 끄트머리로 랜드로버의 모든 모델은 지금의 날렵한 인상으로 서로를 닮은 ‘가족’의 모습을 갖추었다. 앞모습만 얼핏 봐선 레인지로버인지 디스커버리 스포츠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게 디스커버리는 환골탈태한 5세대의 모습으로 랜드로버 가문에 새롭게 합류했다.

디스커버리는 1987년 레인지로버를 기반으로 새로운 차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 제이’에서 시작됐다. 이후 28년 동안 전 세계에서 100만 대 이상 팔리면서 어떠한 오지도 돌파할 수 있다는 굳건한 신뢰를 쌓았다. 국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전 모델인 디스커버리 4는 V6 디젤 엔진을 얹은 단일 모델 하나만으로 수년간 국내 랜드로버 전체 판매량에서 20~30%를 차지했다.

도로에 나서기 전 구조물을 통해 디스커버리의 오프로드 능력을 시험했다. 사진 조두현 기자
도로에 나서기 전 구조물을 통해 디스커버리의 오프로드 능력을 시험했다. 사진 조두현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열린 랜드로버 미디어 시승 행사에 참여해 신형 디스커버리를 경험했다. 3년 전 뉴욕모터쇼에서 공개된 콘셉트카를 통해 지금의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걸 알았지만, 디스커버리라고 하기엔 여전히 낯선 얼굴이다. 아무리 패밀리룩이 대세라지만, 이래선 레인지로버 라인업과 별다르지 않지 않은가?

다섯 번에 걸친 디스커버리의 변천
다섯 번에 걸친 디스커버리의 변천

속도 마찬가지다. 신형 디스커버리는 알루미늄 모노코크 플랫폼을 적용해 체질을 개선했다. 섀시에서만 450㎏의 무게를 덜어냈다. 덕분에 공차 중량도 전에 비해 100~150㎏이 줄었다. 또한, 다양한 첨단 기능을 넣어 편의성을 더했다. 6개의 12V 소켓과 9개의 USB 충전 포트. 이 숫자만으로도 신형 디스커버리는 단순한 이동수단의 개념을 넘어 7명이 함께 움직이는 베이스캠프라는 느낌이 든다.

신형 디스커버리는 랜드로버의 현대적 디자인 언어로 새롭게 고안됐다
신형 디스커버리는 랜드로버의 현대적 디자인 언어로 새롭게 고안됐다

일단 랜드로버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됐다. 전반적으로 곡선을 살려 날렵해진 자태다. 덕분에 공기저항계수는 역대 디스커버리 중 가장 낮은 0.33을 기록했다. 이전 세대의 디스커버리 4의 눈매가 싸우자고 달려드는 모습이었다면, 신형은 여유롭게 절제된, 마치 성숙한 남자의 눈빛이다. 공기 흡입구 위엔 기존의 ‘LAND ROVER’ 대신 ‘DISCOVERY’ 글자가 굴곡을 그리며 새겨져 정체성을 더했다.

C 필러는 사선으로, 테일램프는 세로에서 가로로 바뀌었다
C 필러는 사선으로, 테일램프는 세로에서 가로로 바뀌었다

디스커버리 4에서 봤던 계단식 루프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해 3열 탑승자의 편의를 고려했다. 기존 직각에 가까웠던 C 필러는 사선으로 디자인돼 우직함 대신 역동성을 택했다. 세로 형태의 테일램프는 가로로 바뀌면서 수평 라인을 강조한다. 랜드로버 측에 따르면 이는 뒤에서 봤을 때 스포티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비대칭 모양의 테일게이트는 크기만 작아지고 콘셉트는 그대로 유지했다. 휠은 20·21·22 in 중에서 고를 수 있고, 외관 색상은 17가지나 된다.

기능에 충실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인테리어 디자인
기능에 충실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인테리어 디자인

1차 세계대전 이후 장식을 최소로 줄이고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을 ‘모더니즘 디자인’이라고 한다. 신형 디스커버리의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모습에 저절로 모더니즘이란 말이 떠올랐다. 선과 선이 직각을 이루며 쓸데없는 공간을 없앴다. 3열까지 실내 곳곳에 촘촘히 숨어 있는 수납공간이 이를 증명한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고안된 커맨드 드라이빙 포지션은 그대로다.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2에는 오토 모드를 별도로 제공한다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2에는 오토 모드를 별도로 제공한다

주행 중 쓸 일이 거의 없는 변속 장치는 다른 랜드로버 모델과 마찬가지로 다이얼 형태로 고안됐다. 스티어링휠은 오프로드 주행의 그립감을 고려해 잡았을 때 손가락이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도록 각을 살렸다. 시트의 온도 조절 장치를 공조 장치에 통합시킨 아이디어는 훌륭하다. A 필러는 실내에서 봤을 때 안쪽으로 좁아지도록 설계했는데, 이는 운전자의 왼쪽 시야가 탁 트이도록 확보해준다. 마치 손으로 작업한 듯한 꼼꼼한 마감 품질에서 이 차가 1억원을 아우르는 차라는 걸 실감했다.

3열 시트는 장식용이 아니라 제대로 된 탑승 공간이다
3열 시트는 장식용이 아니라 제대로 된 탑승 공간이다
테일 게이트에 있는 시트를 펴고 접는 전동 스위치. 서스펜션 높이를 조절할 수도 있고 옵션으로 견인 바를 펴는 스위치를 달 수도 있다
테일 게이트에 있는 시트를 펴고 접는 전동 스위치. 서스펜션 높이를 조절할 수도 있고 옵션으로 견인 바를 펴는 스위치를 달 수도 있다

2열과 3열 시트는 모두 버튼 하나로 접고 펼 수 있다. 시트 근처 패널에 별도로 달린 스위치를 사용해도 되고,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과 스마트폰으로도 조종할 수 있다. 시트 폴딩 기능은 주행 중에도 작동한다. 2열 시트는 앞뒤로 조절할 수 있어 3열 시트의 공간 활용을 돕는다. 3열 시트의 승차감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으며, 컵홀더 등의 수납공간과 열선까지 마련돼 있어 비상용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다만 2열과 3열의 에어컨 팬 소음은 유난히 시끄러웠다. 2열과 3열에 아무도 타지 않았다면, 그쪽의 냉방 장치를 끄고 주행하길 권한다.

차창 밖의 이런 풍경은 디스커버리가 주는 특권이다
차창 밖의 이런 풍경은 디스커버리가 주는 특권이다
3열 시트를 접어 넓은 트렁크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3열 시트를 접어 넓은 트렁크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시승차는 론치 에디션으로 3.0ℓ V6 터보 디젤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258마력(3,750rpm), 최대토크 61.2㎏·m(1,750~2,250rpm)의 힘을 낸다. 타이어는 21 in 크기를 달았다. 출력은 도로에서 2,500㎏의 거구를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부드럽게 제어됐다. 자료에 따르면 변속기는 200㎜/s 내에 신속하게 변속이 이뤄지고, 공회전 제어 장치와 냉각수 온도를 올리는 웜업 시스템을 달아 효율성을 개선했다고 한다.

이번에 새롭게 소개된 2.0ℓ 4기통 인제니움 디젤 엔진
이번에 새롭게 소개된 2.0ℓ 4기통 인제니움 디젤 엔진

타보진 못했지만, 이번 디스커버리에는 2.0ℓ 4기통 디젤 엔진을 단 모델도 새롭게 선보였다. 이 엔진은 재규어 랜드로버 최초로 병렬 트윈 터보차저 기술을 담았다. 고속 구간에서 강한 힘을 끌어내기 위해 부스트 압력을 최대 3.7bar까지 끌어올리고, 배기 가스의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니폴드를 터빈 하우스 내에 통합시켰다. 또한, 낮은 엔진 회전수에도 최대 토크가 발휘되도록 가변식 지오메트리 터보(VGT) 시스템을 달아 터보 래그를 줄였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240마력(4,000rpm), 최대토크 51.0㎏·m(1,500rpm)의 힘을 낸다. 가장 낮은 트림인 SD4 HSE에만 달려있다.

가속 성능은 시원했으나 큰 덩치 때문인지 핸들링은 2/3박자 더뎠다
가속 성능은 시원했으나 큰 덩치 때문인지 핸들링은 2/3박자 더뎠다

디스커버리는 온로드에서 부드럽고 얌전했다. 여타 레인지로버 모델과 큰 차이를 못 느꼈다. 100㎞/h까지 걸리는 시간은 8.1초로 BMW 118d와 같다. 인상적인 건 고속에서의 정숙성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속도를 높여도 엔진음만 그윽하게 들릴 뿐 차체와 실내는 동요하지 않았다.

디스커버리의 진가는 오프로드에서 드러난다
디스커버리의 진가는 오프로드에서 드러난다

평온했던 길을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었다. 차를 잠시 멈추고 기어를 중립에 놓았다. 그런 다음 로 기어를 넣고 주행모드를 오프로드 중 ‘자갈·눈’에 맞췄다. 디스커버리는 준비운동을 끝내고 지형의 리듬에 맞춰 천천히 디스코를 추기 시작했다. 트랙션에 따라 알아서 동력을 넣고 끊는 게 느껴졌다. 인포테인먼트 화면에선 디퍼렌셜의 잠김 정도가 바쁘게 표시됐다. 빨리 달릴 필요는 없었다. 오프로드는 느림의 미학이다. 여름의 기운을 잔뜩 머금은 숲길을 한참 지나자 차창 밖으로 산허리들이 펼쳐졌다. 산 정상에 마련된 행글라이더 활공장까지 단숨에 올랐다.

오프로드 주행을 편안하고 즐겁게 느끼게 해준 에어 서스펜션
오프로드 주행을 편안하고 즐겁게 느끼게 해준 에어 서스펜션

새삼 에어 서스펜션은 롤스로이스 같은 럭셔리 세단보다 디스커버리 같은 오프로더에게 더 어울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스커버리의 에어 서스펜션은 오프로드에서의 투박한 승차감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킨다. 앞은 더블 위시본, 뒤는 멀티링크 방식이다. 차고 조절 범위는 기존 105㎜에서 115㎜로 늘어났다. 속도가 50㎞/h를 넘으면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높이를 알아서 낮춰준다. 한쪽 바퀴가 접지력을 잃고 떠 있으면 나머지 서스펜션이 지능적으로 작동해 차체를 떠받든다. 신형 디스커버리의 지상고는 283㎜, 접근각은 34°, 브레이크 오버각은 27.5°, 이탈각은 30°다. 도강 높이는 900㎜에 달한다. 앞부분이 물에 잠겨도 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설계됐다.

신형 디스커버리의 알루미늄 섀시
신형 디스커버리의 알루미늄 섀시

85%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모노코크 차체는 수준 높은 강성을 보여주었다. 디스커버리는 전통적으로 레인지로버의 보디 온 프레임 차대를 사용했다. 레인지로버가 알루미늄 모노코크로 바꾸자 디스커버리 역시 레인지로버에 쓰이는 알루미늄 D7u 플랫폼에 기반을 둔다. AC600이라고 부르는 알루미늄 소재를 활용해 패널의 접합 부위를 최소화했다. 알루미늄은 공기 중에 노출되면 산화가 빨라 접합이 쉽지 않은 소재이기 때문이다. 차체 하부는 강성을 위해 단일 알루미늄 패널로 압출 성형했다. 한편, 전체 알루미늄 중 43%는 재생된 소재로 만든다고 한다.

서라운드 카메라는 트레일러를 끌거나 오프로드를 달릴 때 아주 유용하다
서라운드 카메라는 트레일러를 끌거나 오프로드를 달릴 때 아주 유용하다

옵션으로 견인 바를 달 수 있는데, 인포테인먼트의 터치스크린과 트렁크 안의 버튼으로 깔끔하게 꺼내고 넣을 수 있다. 견인 중량은 3,500㎏에 달하고 견인 보조 시스템으로 간편하게 트레일러를 제어할 수 있다. 아울러 서라운드 카메라 시스템이 주변의 시야와 트레일러의 이동 경로까지 보여준다. 트레일러가 과하게 꺾이는 잭나이프 현상이 일어나면 운전자에게 경고까지 해준다.

전동 모터로 펴고 접을 수 있는 이너 테일게이트는 최대 300㎏까지 견딜 수 있다
전동 모터로 펴고 접을 수 있는 이너 테일게이트는 최대 300㎏까지 견딜 수 있다
액티비티 키는 순식간에 차를 든든한 개인 로커로 만들어준다
액티비티 키는 순식간에 차를 든든한 개인 로커로 만들어준다

레인지로버가 럭셔리에 몰두하고 있다면, 디스커버리는 실용적인 기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신형 디스커버리엔 새롭게 선보인 IT 기술도 눈에 띈다. 고무밴드 형태의 ‘액티비티 키’는 차를 잠근 뒤 안심하고 레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손목에 착용 후 테일게이트에 가까이 가져가면 차가 잠기고 스마트키는 일시적으로 비활성화된다. 국내엔 HSE 럭셔리와 퍼스트 에디션에 기본으로 제공된다. 내비게이션은 ‘인컨트롤 터치 프로’와 호환되는 티맵이 제공된다. 외부 빛의 양을 감지해 밤과 낮 버전이 자동으로 바뀐다. 또한 지니 뮤직과의 제휴를 통해 음원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신형 디스커버리의 세심한 배려가 엿보이는 장치들
신형 디스커버리의 세심한 배려가 엿보이는 장치들

신형 디스커버리의 가격은 ▲ SD4 HSE 8,930만원 ▲ TD6 HSE 9,420만원 ▲ TD6 HSE 럭셔리 1억650만원 ▲ TD6 론치 에디션 1억790만원 ▲ TD6 퍼스트 에디션 1억560만원이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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