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교도소 등 수감시설의 혼잡도가 평균 58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 인원보다 6배가량 많은 인원을 수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부 지역 시설 혼잡도는 3,5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교도소 내 인권 유린 문제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3일 일간 필리핀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직후인 7월 1일 시작된 ‘마약과의 전쟁’ 이후 수감자 수가 역대 최대 규모인 14만2,613명을 기록했다.
필리핀 교정국(BJMP)의 세라핀 바레토 국장은 “체포자 급증으로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전 9만8,000명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혼잡하긴 하지만 수감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 등을 내세워 지난해 대선에서 당선, 6월 30일 취임했다. 필리핀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마약 복용, 판매 등의 혐의로 체포된 마약사범 수는 8만6,933명이다.
바레토 국장은 루손섬 남부 불라칸주의 한 교도소를 예로 들며 “4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교도소에 현재 159명이 수감돼 있다”며 “3,590%의 혼잡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닐라시 남쪽 라구나주 비낭교도소의 경우도 원래 22명을 수용하는 공간이지만, 현재 595명의 재소자들이 생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필리핀의 교정시설은 열악한 환경으로 악명 높다.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전에도 부족한 식량과 협소한 공간 때문에 ‘지옥’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성명을 통해 “마약사범들 때문에 수용가능 인원 6배가 넘은 인원이 수감돼 있다”며 “재소자들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세력 소탕을 내세워 선포한 계엄령을 계속 유지하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감옥에 보내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인권단체들과 야당은 반군의 공격을 헌법상 계엄령 발동 요건인 반란이나 침략으로 볼 수 없으며, 국토 3분의 1을 차지하는 민다나오 섬 전체에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국민 기본권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계엄령 해제를 요구해왔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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